기습 공탁→감형→슬쩍 회수…공탁금 21% '먹튀', 10년간 17조

  • 등록 2024.10.23 16: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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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탁금 회수 10년간 17조9600억원…전체 공탁금의 20% 수준
'피해자 의견 청취·회수 제한' 개정안 통과…내년 1월 시행

 

공탁으로 감형받은 뒤 공탁금을 몰래 회수하는 이른바 '먹튀 공탁' 규모가 10년간 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와 관련한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습 공탁→감형→슬쩍 회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것인지 관심을 끈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공탁금 철회(회수) 현황과 법원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공탁금 철회(회수) 금액은 총 17조9576억원에 달한다. 회수 건수는 총 54만 654건이다.

 

매년 1조원대를 유지하던 공탁금 철회 규모는 2022년 2조3359억원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도 공탁금 철회 금액은 2조원을 넘겨 2조100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공탁금(9조8487억원)의 21.3% 수준이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3일까지 1조3758억원이 회수됐다. 지난 8월까지 납부된 공탁금은 5조7293억원이다.

 

 

이 같은 공탁금 회수·철회 상당수는 '먹튀' 공탁으로 해석된다. 형사공탁으로 감형을 받은 뒤 피고인이 몰래 공탁금을 회수하는 것을 일컫는다.

 

공탁을 둘러싼 '꼼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피해자의 공탁 거부 의사 표명 전 '기습 공탁'으로 감형을 꾀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무리한 합의 시도 등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취지를 '피해자 의사가 반영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으로 악용, 감형을 꾀하는 것이다.

 

지난달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신림역 흉기 난동 살인 사건'의 피고인 조선은 2심 선고 나흘 전 기습 공탁했다. 축구선수 황의조의 사생활 영상을 유포·협박해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된 형수 이모씨 역시 1심 선고 하루 전 기습 공탁해 공분을 샀다. 두 사람의 공탁은 감형 요소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결국 피해자가 공탁 거부 의사를 밝히기 전 기습 공탁으로 감형을 받은 뒤 몰래 이를 회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에 국회는 지난달 26일 기습·먹튀 공탁을 막기 위한 형사소송법, 공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는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피고인이 형사공탁을 했을 때 법원이 피해자 측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기습 공탁으로 감형받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피해자가 형사공탁금을 수령하기 전 피고인의 회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규정도 새로 만들었다.

 

다만 피공탁자가 공탁물 회수에 동의하거나 확정적으로 수령 거절하는 경우, 무죄판결·불기소 결정(기소유예 제외)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 개정안은 내년 1월 17일 시행된다.

 

유 의원은 "형사공탁 특례제도는 피해자 정보 노출로 인한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형사소송법과 공탁법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감형받은 뒤 공탁금을 회수하는 '먹튀 공탁' 사례가 근절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건우 기자 soon@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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