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시사법률 김혜인 기자 기자 |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사기 범죄 또한 급증하고 있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플랫폼을 통해 개인 간 직거래가 활발해졌지만, 이를 악용한 사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어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안전결제를 빌미로 구매자를 속여 반복적으로 입금을 유도하는 사기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더시사법률>이 최근 만난 피해자 A씨는 체중계 제품을 구매하려다가 사기를 당했다.
A씨는 강원도 고성에 거주한다는 판매자B씨와 택배 거래를 진행하려 했다. 당시 B씨는 안전결제를 내세우며 물품 가격과 함께 수수료 15만800원을 추가로 입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가 금액을 입금한 뒤에도 판매자는 ‘수수료 미결제 상태’라며 반복적으로 추가 입금을 유도했고, 환불을 요구하자 외부 링크를 보내며 결제를 완료해야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안전결제를 사칭해 반복 입금을 유도하는 수법은 최근 중고거래 사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A씨의 사례 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사한 사례가 속출하며 경찰의 업무 부담도 가중되는 추세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중고거래 사기는 8만1252건에 달한다. 이는 매달 약 8천 건이 접수된 셈이며, 이는 2020년(12만3168건)을 제외하면 매년 7만~8만 건 수준을 유지하던 것과 비교해 급증한 수치다.
조직화·대형화되는 중고거래 사기
사기 수법도 더욱 조직적이고 대범해지고 있다. 최근 제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중고나라에서 물품을 판매한다고 속여 피해자 1,457명으로부터 약 9억5000만 원을 가로챈 사기범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허위 안전결제 링크를 보내거나 수수료 미납을 빌미로 추가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피해액 규모도 커지고 있다. 당근마켓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5조 1000억 원에 달하며, 명품과 자동차 등 고가 제품까지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과거 ‘소액 피해’로 치부되던 중고 사기가 이제는 억대의 피해로 번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급증하는 사기 신고로 인해 전국 경찰청과 255개 경찰서는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에 놓였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사이버사기범죄 대응 인력은 약 1만 명으로, 경찰관 1명이 평균 8건의 사건을 동시에 맡고 있는 상황이다. 한 경찰관은 “조직적인 중고 사기 사건을 우선 처리하다 보면 소액 피해자들의 사건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며 “소액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성장하는 중고 시장, 높아지는 리스크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24조 원에서 2025년에는 4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거래 시장의 확대는 ▲경기 둔화 ▲합리적 소비 트렌드 확산 ▲자원 재활용에 대한 관심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시장 성장 속도에 비해 보안 및 안전장치 강화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사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기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AI 기술을 도입해 사기 패턴 탐지 기술을 고도화하고 이용자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자동 사기 탐지 시스템’을 통해 앱 내 채팅 서비스인 ‘번개톡’에서 사기 유형을 감지하고 알림 메시지를 발송한다. 특정 문구가 언급되면 자동으로 경고 알림을 보내고, 사기 징후가 명확해지면 즉시 차단해 이용자를 보호한다. 중고나라는 지난 6월 네이버 카페 내 사기의심 정보 조회 서비스에 자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를 연동했다. 앞서 20년간 누적된 개인 간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FDS를 구축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중고나라 네이버 카페에서 하루 등록 가능한 게시글 수를 줄이고, 중복 게시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카페클리닝'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고거래 사기 예방을 위해 플랫폼 보안 강화를 넘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기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공인 탐정 제도 도입 ▲AI 기반 사기 탐지 시스템 고도화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무엇보다 사용자 스스로가 거래 시 판매자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고 외부 링크를 통한 결제 요구, 반복적 입금 요구, 안전결제 사칭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을 경우 즉시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주의에도 불구하고 사기가 발생했을 때는 현행법상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법무법인 규원 고세현 변호사의 조언이다. 고 변호사는 “중고거래 사기는 형법 제347조에 따른 사기죄로 처벌되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처벌 수위는 범행 횟수, 피해 금액, 피해자 수, 범행 수법, 전과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 금액이 크거나 동종 전과가 있는 경우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으며, 소액 사기라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상습범에 해당할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변호사는 실제 울산지방법원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장기간 다수의 피해자를 속여 약 7,000만 원을 편취한 피고인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피해자가 경제적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가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피해 금액을 포함한 합의금을 수령하거나 형사 절차 내에서 ‘배상신청’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일부 플랫폼에서는 사기 거래 피해자에게 보증금이나 피해 보상 절차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안전결제 사칭 사기의 법적 대응 방안
안전결제를 빌미로 한 반복 입금 요구는 명백한 사기죄에 해당한다. 이 경우 가장 먼저 은행에 연락해 해당 계좌의 지급 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또한 거래 관련 대화 스크린샷, 입금 내역, 거래 조건 등을 철저히 정리하고 저장해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 사기범 처벌을 위해서는 가해자의 계좌번호, 은행 정보,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 신상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고, 거래가 이루어진 플랫폼 계정 정보 및 대화 내역 등도 원본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고 변호사는 플랫폼의 법적 책임에 관해서는 “플랫폼이 단순 중개 역할을 수행하는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따라 다르다”며 “대부분의 플랫폼은 중개 역할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지만, 사용자 보호를 위해 사기 피해가 신고될 경우 대금 지급 정지 조치와 함께 수사기관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액 사기 피해자의 경우 경찰 수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민사 소송을 통해 가해자의 계좌 정보나 금융거래 기록을 확보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소비자원, 지방자치단체의 무료 법률 상담을 통해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중고 거래 플랫폼 등 온라인 서비스로 피해를 본 경우 '온라인 피해 365센터'를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 지난 2022년 5월 개소해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각종 피해에 대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전문 상담 서비스 제공 및 피해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