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과오로 발생한 무죄 판결… 법적 책임 부재

  • 등록 2025.01.26 13: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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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판결 10%가 검사 과오
불투명한 검사 징계 시스템
형사보상금 568억 5100만 원
피해자 지원 시스템의 부족

 

더시사법률 이설아 기자 | 무죄가 확정된 형사사건 약 10건 중 1건은 검사의 과오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검사 징계 사례는 한 건도 없어 사법 정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통계청 지표누리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제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건수는 1만 6839건으로 1심 전체선고인원 대비 약 0.95%였다. 제2심에서 3년간 무죄 판결이 나온 건수는 2975건으로 약 1.47%였다.


문제는 이러한 무죄 판결 건수 중 약 10%가 검사의 과오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검사청 사건평정위원회(사평위)는 무죄사건 중 약 5%가량이 검사의 ‘수사미진’으로 발생했으며, ‘법리 오해’와 ‘증거 판단 잘못’도 각각 2%, 1%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검사의 잘못이 확인되어도 징계를 받은 검사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억울하게 기소된 국민은 직장을 잃고 가족 간 신뢰가 깨지는 등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잘못한 검사에게는 전혀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다.


대검찰청 산하 사평위는 무죄로 종결난 사건에 대해 검사의 책임을 묻고자 2013년 출범했지만 평정의 근거나 인사 반영 여부 등은 비공개 처리하고 있다. 무리한 기소로 인해 사건이 무죄 판결이 나도 담당 검사는 대검찰청 훈령인 ‘사건평정규정’에 따라 근소한 인사상 벌점을 받을 뿐인 것으로 전해진다.


억울하게 기소된 이들의 피해는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구금 일수에 따른 손해와 변호사 비용, 교통비 등을 일부 보상해주는 형사보상금은 2023년 총 2956건에 대해 568억 5200만 원이 지급되는 등 매년 약 400~500억이 지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구금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에 국한되고, 잃어버린 명예와 대인관계, 그리고 정신적 고통을 회복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이처럼 검사의 과오로 인해 억울한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현재의 시스템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의 불투명한 운영 방식이 조직 내의 책임성을 저해하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의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8월 검사 징계 청구권을 검찰총장에게 부여한 검사징계법 폐지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죄 없는 사람을 기소해 무죄가 난 사건에 대해 징계를 받은 검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은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며 “검사도 다른 공무원과 동일하게 업무상 과실에 대해 징계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검사의 기소 권한에 대한 통제와 책임 강화가 요구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잘못된 기소가 확인된 경우, 담당 검사가 형사 처벌이나 행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외부 독립기구가 검사의 과오를 조사하고 처벌을 권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잘못된 기소로 인한 피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를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며 “억울한 피해를 당한 국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검사 조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억울하게 무죄를 선고받은 국민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민 황성업 변호사는 “현재 형사보상금은 구금 기간에 따라 지급되지만, 이는 금전적 손해에만 국한되며 피해자의 심리적·사회적 복귀를 돕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받은 후에도 낙인과 고립감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해 심리 상담, 취업 지원, 재활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설아기자 seolla@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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