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의무 위반, 보험금 받을 수 없어

  • 등록 2025.02.03 16: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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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가입 전 치료 사실 은폐…
백혈병 진단 받고 보험금 청구

 

더시사법률 박혜민 기자 | 보험 가입 시 알리지 않은 입원 치료 사실과 이후 발병한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A 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19년 12월 약혼자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며 ‘3개월 이내에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약혼자는 같은 해 11월 요로감염의 일종인 급성 신우신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을 당시 “백혈구·혈소판 등 수치가 높아 내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진료의뢰서를 받았다.

 

약혼자는 보험 가입 4개월여 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사는 가입 당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했다.

 

입원 치료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다. 고지 의무는 가입자가 보험 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사에 중요한 사항을 알려야 한다는 의무로, 이를 위반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1·2심은 고지의무 위반 내역과 백혈병 발병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며 상법 규정을 근거로 보험사가 A 씨에 각각 1억1,000만 원,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상법(655조)에 따르면 고지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이 증명됐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반면 대법은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고지의무 위반과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은 보험 가입자가 증명해야 하고,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있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취지다.

 

보험사에 입증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은 입원 치료 당시 백혈구·혈소판 수치 증가 진단은 백혈병을 의심할 수 있는 주된 지표라며 인과관계가 분명하다고 봤다.

 

아울러 치료가 끝난 뒤 백혈병 진단까지 걸린 기간이 4개월가량에 불과하다는 점도 판단 근거
로 삼았다. 대법은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증거 판단을 잘못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해 판단하라”고 판시했다.

박혜민 기자 hm0564@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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