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도 내 아들 하자 (순천교도소)

  • 등록 2025.02.21 17: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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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만에 아버지와 아크릴 창 사이로 마주했습니다.
그동안 언젠가 마주하게 될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 보며 늘 걱정이 많았더랬습니다.
언제나 큰 산만 같던 아버지가 세월의 풍파에 여느 허리 굽은 노인이 되어버리시진 않으셨을지,
불효한 자식이기에 실망과 실망을 거듭하여 지쳐 포기해 버린 것은 아니신지 수많은 걱정을 뒤로한 채 아버지를 만났고, 아버지께서는 오셔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들, 내가 많이 늦었구나. 네게 실망해서, 미워서 그동안 찾아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되레 나에게 실망하고 부끄러워 너를 볼 자신이 없었다.

아비가 너희들에게 사랑을 주지 못해 너희들이 그렇게 된 것 같더구나.

미안하다, 아들.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또다시 너희들의 아버지가 되고 싶구나.

그때는 아버지가 사랑이라는 것을 해 보도록 하마. 노력하마.”

 

저는 아버지께

 

“아버지 아들이 이렇게 된 것이 아버지 탓이겠습니까.

아들이 사랑받는 법을 몰랐고, 사랑받는 것을 몰랐습니다.

저희가 잘 자라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정말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는 제가 아버지하겠습니다.

감히 그래서 꼭 갚겠습니다.”

 

“머리 많이 아플 텐데 괜찮겠나, 아들.”

 

“아버지도 많이 빡빡하실텐데 괜찮겠습니까?”

 

이렇게 수년 만의 재회에도 어제 뵌 것처럼 훈훈하게 마무리하고 들어왔습니다.


(아버지, 접견 때 드리지 못한 말씀이지만 백발이 성성해지고 허리는 굽기는 하셨어도 아버지는 아직도 제게는 큰 산이랍니다. 언제나 가슴 깊이 존경하고 남자로서, 어른으로서 아버지는 제게 가장 멋있는 분입니다. 아들…아직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사랑합니다.)

채수범 기자 cotnqja1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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