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기소 결정 대응 위해 고소인에 피의자 조서 공개해야"

  • 등록 2025.03.03 12:50:11
크게보기

피의자 신문조서도 부분공개 대상 판단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하려는 고소인에게 피의자 신문조서 등 수사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사건이 이미 종결된 경우 수사기관이 ‘수사에 지장’을 이유로 기록 공개를 전면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윤상일 판사는 고소인 A씨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B씨를 특수폭행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이 같은 해 사건을 불송치했다. 이후 이의신청으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지만 검찰 역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2024년 5월 불기소 처분에 대응하기 위해 고소장과 진술조서, 피의자 신문조서, 수사결과보고서, 불기소 결정서 등 수사기록 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일부 자료만 공개하고 피의자 신문조서는 비공개 처리했으며, 공개된 문서에서도 상당수 인적사항을 삭제했다.

 

A씨가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고소장과 고소인 진술조서 중 비공개된 부분을 공개하도록 하고, 피의자 신문조서와 송치결정서, 수사결과보고서, 불기소 결정서 역시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외한 범위에서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을 담당했던 사법경찰관리와 참고인의 성명도 공개 대상에 포함된다고 봤다. 참고인의 경우 이미 원고가 알고 있는 인물로, 이름 공개만으로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그동안 비공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던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서도 공개 필요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은 이미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된 상태여서 조서 공개로 수사기관의 직무 수행에 지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며 “고소인이 불기소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확인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면서도 수사나 재판 관련 정보의 경우 공개 시 직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단순히 수사기록이라는 이유만으로 비공개할 수는 없으며 실제로 수사기관의 업무 수행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또 개인정보 보호를 규정한 같은 법 제9조 제1항 제6호 역시 이번 판단의 기준이 됐다.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권리구제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공개가 가능하다는 단서 규정이 적용된 것이다.

 

재판부는 불기소 처분 이후 고소인이 항고나 재정신청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어떤 근거로 혐의없음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는 가리고 조서의 실질적 내용은 공개하는 ‘부분공개’ 방식이 타당하다고 봤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불기소 처분 이후 고소인의 권리구제 절차와 수사기록 접근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수사기관이 수사기록이라는 이유로 폭넓게 비공개 결정을 내려왔던 관행에 일정한 제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불기소 사건이라 하더라도 고소인이 처분의 타당성을 다투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는 기록 접근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며 “향후 정보공개 청구와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소망 기자 somang@sisalaw.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