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남편에 복수”… 아들 서울법대 집착한 엄마, 패륜 비극 불러

  • 등록 2025.03.07 14: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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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부터 밥도 굶기며 공부 강요
고3 아들, 부엌 흉기로 모친 살해
안방 밀폐 후 8개월 간 시신 방치

 

2011년 3월 서울, 광진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A 군이 부엌에 있던 흉기로 어머니 B 씨를 살해했다.

 

존속살해였다. A 군은 어머니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안방에 방치하고, 사체 부패 시 냄새가 집 밖으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해 공업용 본드로 안방 문틈을 밀폐했다. 당시 집안에는 A 군과 B 씨밖에 없었다. A 군의 아버지이자 B 씨의 남편은 2006년경부터 별거 상태였다.


어머니를 살해한 뒤에도 A 군은 평소와 같은 생활을 이어갔다. 오히려 B 씨가 살아있을 때보다 생활 자체는 더욱 자유롭고 편안했다. B 씨가 살아있을 땐 상상도 못했던 영화 감상을 했고,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었다.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라면도 끓여 먹고 여자 친구와 강릉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B 씨를 찾는 이웃과 친지들에겐 ‘어머니와 따로 살기로 했다’, ‘해외여행을 갔다’ 등으로 둘러댔다. 그 사이 A 군은 수능시험도 치렀다.


A 군의 범행이 발각된 건 범행 시점으로부터 반년이 훌쩍 지난 11월이었다. 가족과 별거 중이었던 A 군의 아버지가 이혼을 결심하고 B 씨를 찾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A 군이 B 씨가 해외여행을 갔다고 얼버무리자 광진구의 자택을 직접 찾아갔던 것이다.

 

안방 문은 폐쇄되어 있고 아들은 자신의 방문을 잠근 채 나오지 않자 A 군의 아버지는 119를 불러 안방 문을 열었다. 그가 마주한 건 죽은 지 8개월이 지난 B 씨의 백골 시신과 난장판이 된 안방이었다.


경찰은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A 군을 구속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고등학생이 벌인 범행의 수법과 대담성이 성인 범죄 못지 않다는 이유로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존속살해의 기본 형량은 징역 7년 이상으로 기본 징역 4년 이상인 살인죄보다 훨씬 엄하다.

 

검찰은 A 군에게 징역 15년 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와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한 배심원들은 A 군에게 ‘징역 단기 3년, 장기 3년 6개월’로 선처했다.

 


패륜 범죄임에도 재판부가 선처한 이유엔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려 했던 B 씨의 집착과 학대, 단절된 가족관계 등의 사정이 있었다. A 군은 “잠만 제대로 잤어도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범행 3일 전부터 어머니인 B 씨에게 시달리다가 결국 살인에 이르게 됐음을 자백했다.


당시 B 씨는 A 군에게 “그따위 정신상태로는 서울법대 못 간다, 밥이 아깝다”며 잠도 재우지 않고 밥도 굶겼다. 사건 전날 밤 11시쯤 아들이 책상 앞에서 잠시 졸자 엎드려뻗쳐를 시켜놓고 다음 날 아침까지 골프채로 엉덩이, 허벅지 등을 때렸다. A 군의 엉덩이와 허벅지는 피투성이가 되었다.

 

성적이 떨어지면 밥을 안 주거나 잠을 못 자게 하는 일은 B 씨의 상습적인 학대 방법이었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는 B 씨의 성격으로 인해 결혼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남편은 집에 정을 붙이지 못했고 결국 집을 나가게 된다. B 씨는 그런 남편에 대한 화풀이를 어린 아들에게 해댔다.

 

B 씨의 불만은 초등학생이던 A 군이 전교권 성적을 보이자 아들을 서울대 법대에 보내서 남편을 비롯한 자신을 깔봤던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보여주겠다는 비뚤어진 복수심으로 커져갔다.


이런 어머니와 함께 살던 A 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하루 16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했다. 하지만 A 군의 성적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A 군은 이 사실을 어머니 B 씨에겐 숨겼다. 난리가 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A 군의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서울대에 대한 B 씨의 집착은 A 군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더욱 심해졌다. 아들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매질을 했고 부족하다 싶으면 잠을 재우지 않고 밥도 주지 않았다. 그간 얼마나 많은 매질이 있었는지 A 군의 왼쪽 볼기짝은 내려 앉았고 왼쪽 귀는 고막 손상으로 난청 상태였다.

 

A 군은 높은 성적을 받은 것처럼 자신의 성적표를 위조해 보여주기도 했지만 B 씨의 만족은 잠시일 뿐 더 좋은 성적을 내라며 A 군을 다그쳤다.


범행 당일은 ‘학부모의 날’을 하루 앞둔 날로, 다음 날 B 씨는 A 군의 학교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A 군은 경찰조사에서 며칠째 잠을 재우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어머니의 학교 방문으로 자신의 성적 위조 사실이 들통나 체벌을 받을까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A 군의 신청으로 이 사건의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이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살해 동기에 참작할 여지가 있다며 ‘형을 감경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받아들인 재판부가 징역 단기 3년, 장기 3년 6개월을 선고하였다. 체포 이후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도 형 감경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는 멀리 보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만 보라고 한다. 부모는 함께 가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서 가라고 한다” A 군이 감독에서 친구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그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A 씨는 2014년 말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했다.

 

더시사법률 이소망 기자 |

이소망기자 CCJ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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