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로펌, 판결문 분석해보니… 승소율 30%대

  • 등록 2025.03.10 16:46:31
크게보기

성공보수 선입금 요구도…
사건 처리는1~2년차 변호사가
과중한 업무로 인해 잦은 퇴사
사건 담당 변호사 자주 변경

“수임료 8백만 원을 지급하면 가석방에 유리하다며 선임하였는데, 대형 로펌이라 바쁜지 신경을 안 써주네요.”
“1년 2개월 실형을 살고 나와 누범 기간에 같은 죄를 저질러 구속됐는데, 형량을 1년으로 낮춰주겠다고 하더니 오히려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집행유예 기간에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다시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선임했지만 결국 실형을 받았습니다.”


최근 두 달간 <더 시사법률>에 접수된 B로펌 관련 피해 사례의 일부다. 피해자들이 공통으로 지목한 B로펌은 전국 각지에 분사무소를 확장하며 빠르게 성장한 로펌 중 하나다.


B로펌 선임을 고려했다가 포기한 제보자 A 씨는 <더 시사법률>과의 인터뷰에서 “교도소에 수감 중인 남편이 ‘B로펌이 일을 가장 잘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선임을 권유해 상담을 받았다”며 “누범 기간임에도 형량을 1년도 안 되게 낮춰줄 수 있다고 장담하며 선임료 3천만 원에 성공보수 5천만 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를 무조건 장담하는 말이 오히려 신뢰가 가지 않아 발길을 돌렸지만, 남편은 지금도 B로펌을 선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원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로펌은 공격적인 온라인 마케팅과 전국 각지의 분사무소를 통한 확장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한 로펌이다. 특히 개인 형사 사건을 비롯한 다양한 사건을 수임하며 규모를 키웠고, 수익의 상당 부분을 온라인 광고비로 지출해 사건 수임을 늘리는 방식을 활용해왔다.


<더 시사법률>은 B로펌과 관련한 다수의 제보를 바탕으로 실태를 직접 취재했다. 취재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문제는 사건 결과를 확정적으로 장담하며 의뢰인의 신뢰를 얻은 후 무리하게 사건을 수임하는 방식이었다.


B로펌의 상담 과정은 사무장이 1차 상담을 진행한 후, 퇴직한 고위 경찰 출신 고문이 동석해 신뢰감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후 변호사와의 면담이 진행된 뒤, 다시 사무장이 들어와 “변호사님이 집행유예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성공 가능성을 강조하고 선임을 유도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경우에 따라 분사무소에서는 사무장 대신 전문 상담 변호사가 1차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사건 결과를 장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상담 구조 속에서 B로펌은 사건을 대량으로 수임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으며, 사건의 특성과 개별적 법률 검토보다는 빠른 선임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또한, B로펌은 사건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유형별로 성공보수를 미리 책정하고, 의무적으로 선임료와 함께 선입금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은 변호사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손상할 우려가 있어 무효로 판결된 바 있다.

최근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 C 씨는 <더 시사법률>에 “B 로펌이 교도소 안에서도 유명한 이유가 ‘판사와 검사가 퇴직 후 대형 로펌에 취업하기 위해 미리 관계를 쌓으려고’ 해당 로펌을 선임한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어 “대부분 김앤장이나 태평양 같은 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싶어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며 “최근 10대 로펌이 언급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전관도 많은 B 로펌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 시사법률>은 리걸테크 기업 엘박스의 데이터를 활용해 B 로펌이 맡은 사건들의 재판 결과를 분석했다. 형사사건은 합의 여부, 재판부 성향, 피고인의 전과 등에 따라 객관적인 분석의 신뢰도가 낮을 수 있어 상대 변호사와의 소송 수행 능력을 비교하기 위해 민사재판을 중심으로 2월 한 달 동안 공개된 판결문을 최근 사건부터 역순으로 10건을 분석했다.


법리 해석 미흡과 전략적 대응 부족


분석 결과, B 로펌은 전체 10건 중 5건에서 승소했지만, 이 중 2건은 상대방이 변론을 포기한 무변론 사건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승소율은 30%대에 불과했다. 특히, B 로펌이 맡은 공사대금 청구 소송에서는 계약 이행 여부와 미지급금 입증이 핵심이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증거조차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다. 또한, 다수 사건에서 패소한 주요 원인은 법리 해석 미흡과 전략적 대응 부족이었다.

 

C 씨가 언급한 논란에 대해 법조계는 단편적인 시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판결문 분석 결과, B 로펌이 전관예우를 통해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다는 근거는 없었으며, 오히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승소율을 기록했다.

 

법조계 관계자들과 일부 언론사들은 B 로펌의 문제로 △사건 담당 변호사의 잦은 교체 △전관 변호사의 실질적 역할 부족 △사건 방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B 로펌을 잘 아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부 언론들은 사건 담당 변호사가 자주 바뀌는 이유를 마치 로펌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처럼 단편적으로 해석하지만, 실제로는 업무 과중으로 인한 이탈이 주요 원인”이라며 “사건 처리는 대부분 경력 1~2년 차의 어쏘 변호사들에게 맡겨지며, 이들이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지 못해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변호사가 자주 교체된다”고 말했다.

 

B 로펌에서 송무 업무를 담당했던 한 직원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정했다. 그는 “수백 명의 변호사가 근무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건을 수임하는 로펌에서, 한 사건을 여러 변호사가 협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실제 사건 처리는 선배 변호사들의 지도 없이 주니어 변호사들끼리 서면 작성과 재판 준비를 도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의뢰인들은 광고를 보고 높은 선임료를 지급하면 전관 변호사가 직접 사건을 맡아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경력 1~2년 차 변호사들이 사건을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해 8월 B 로펌은 변호사가 상주하지 않은 채 분사무소를 운영한 점이 적발돼 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대표 변호사 3명은 과태료 300만 원에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법인 전체에는 과태료 3,000만 원이 부과됐다.

 

법무법인 민의 윤수복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의뢰인들은 ‘대형 로펌’이라는 브랜드만 보고 선임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전관 출신 변호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력을 보장받을 것이라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누구인지, 사건을 얼마나 직접 수행하는지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광고나 명성보다는 변호사의 경력과 사건 수행 능력을 면밀히 검토하고, 선임 전 충분한 상담과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소망기자 CCJHI@NAVER.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