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JK 강간의 고의는 어떻게 인정될까?

  • 등록 2025.03.13 16: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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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현재 재판받는 사건에 대해 궁금증이 있어 이렇게 편지드립니다. 일단 저는 누범이고 유사동종의 범행입니다.
죄명은 강간치상으로 되어 있는데 제가 한 행위는 길거리에서 여자 머리카락을 잡고 넘어뜨리고 도망갔고 CCTV도 그렇게 나왔는데 여자가 신고를 자기를 성폭행 하려 했다고 신고가 들어와 조사를 받았습니다.


경찰에서 강간을 할 목적이 있었냐 묻길래 아니라고 부인을 하다 구속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출소 4일 만에 일어난 일로 계속 부인을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인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강간은 실제 행위가 일어나거나 옷을 벗기거나 그런 시도가 있어야 강간이 성립이 되는걸로 알고 있는데 강간을 할 목적이였다는 생각이 있었으면 강간이 성립이 된다고 하네요.


왜 실제 행위도 없었고 그냥 생각만 있었는데 이게 왜 강간이 성립이 되는거죠?


A. 귀하의 문의는 동종범죄 누범 기간 중 길거리 여성의 머리카락을 잡아 넘어뜨리고 도망갔다가 강간치상죄 혐의로 구속된 사건에서, 실제 성행위가 있거나 옷을 벗기는 등 간음의 시도가 없었는데도 강간치상죄가 성립하는 이유에 관하여 알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의 머리카락을 잡아 넘어뜨리고 도망간 ‘폭행’만으로도 강간의 목적(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지, 성적 행위가 없었는데도 강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는지, 간음행위 또는 성적 시도가 없었는데도 강간치상죄가 인정되는지에 관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강간의 시도나 결과(성관계)가 없는데도 강간의 수단으로서 폭행이 있었던 것만으로도 강간치상죄가 인정되는 이유에 대해 쉽게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근차근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1. 주관적 의도(강간의 고의)에 관한 판단
먼저 여성의 머리카락을 잡아 넘어뜨리고 도망간 ‘폭행’만으로도 강간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고의란 주관적 요소입니다. 내심 즉 마음속으로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인식하고도 이를 행하겠다는 의욕(적극적이든 미필적이든)을 가지고 있었다면 고의가 인정됩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겉에서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 환경, 직업, 범행의 동기, 범행의 수단, 결과, 동종전력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등 간접사실과 범죄 전후의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고의의 유무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를 두고 판례는 “피고인이 일정한 사정의 인식 여부와 같은 내심의 사실에 관하여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 내심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 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귀하가 초기에는 강간 목적을 부인하였으나 후에 인정하였다고 하신 점은 주관적 요건 판단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유사 동종 전과가 있다는 점, 출소 후 단기간 내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 등은 행위의 목적을 추단할 수 있는 정황증거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정황과 함께 범행 장소 및 시간대, 폭행의 태양 및 정도(피해자를 넘어뜨릴 정도), 범행 전후 상황, 폭행을 당한 여성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귀하가 여성의 머리카락을 잡아 넘어뜨린 것은 강간의 수단인 폭행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범행의 동기에 있어서 강간의 고의를 인정함에 무리는 없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2. 강간미수죄 성립가능성(강간죄의 실행착수 인정)
둘째, 피해자를 간음하거나 옷을 벗기는 등 성적 시도가 없었는데도 강간죄 또는 강간치상죄가 성립하는 이유에 관한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강간의 고의)와 함께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객관적 행위(강간의 수단으로 피해자를 폭행)가 존재한다면, 성적 시도가 없더라도 강간의 실행착수가 인정되고, 강간의 실행착수가 인정되는 이상 강간죄의 미수에 해당합니다.


먼저 강간죄의 기수와 미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즉 「강간죄의 구성요건 = 폭행·협박 + 강간」이므로, (성적 시도가 없더라도) “폭행 또는 협박”만 있으면 강간 범죄의 일부를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강간죄 범행이 개시된 것입니다. 나아가 성기의 삽입에 이르면 강간죄의 기수(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모두 실현한 상태)에 해당합니다.


이를 범죄성립의 단계별로 구별하면 전자는 강간죄의 미수 (즉 “폭행 또는 협박”만 있고 성관계에 이르지 않은 단계)이고, 후자는 강간죄의 기수 (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고 성기를 삽입한 단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귀하의 생각과 달리, 옷을 벗기거나 성행위의 시도가 있어야 강간이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서 강간의 고의로 피해자를 폭행 또는 협박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강간의 실행착수가 인정되어 강간미수가 성립합니다.


3. 강간치상죄 성립가능성(강간이 미수라도 강간치상죄 성립가능)
법적으로 기본범죄인 강간 자체는 미수라도 그 과정에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이상 성적 시도가 있었는지 또는 성기가 삽입되었는지를 불문하고 강간치상죄가 성립합니다.


기본범죄인 강간을 완전히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강간치상죄로 처벌받는 이유에 대한 의문이 남을 것입니다. 즉 강간미수만 저지른 사람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는데 왜 강간치상죄로 처벌받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는 강간치상죄가 기본범죄(강간미수 또는 강간기수)로 발생한 중한 결과(상해)를 이유로 가중처벌되는 ‘결과적 가중범’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강간치상죄에 관한 형법 제301조를 살펴보면, 강간 과정에서 고의로 사람을 상해하면 강간상해죄, 강간 과정에서 과실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강간치상죄가 성립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강간치상죄 = 강간(고의) + 상해의 결과(과실)」인데, 이와 같이 고의의 기본범죄(강간)로 인하여 중한 결과(상해)가 발생하여 가중 처벌하는 경우를 결과적 가중범이라고 부릅니다.


결과적 가중범인 강간치상죄는 고의로 강간죄의 구성요건적 행위(폭행·협박+강간)의 실행에 착수한 자가, 과실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에 성립합니다. 이때 결과적 가중범은 중한 결과(상해)로 인해 가중처벌하는 범죄이므로, 기본범죄(강간)가 성공했는지 아니면 실패했는지는 관심 밖입니다.

 

즉,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이상, 강간이 기수인지 아니면 미수인지 구별하지 않고 강간치상죄가 성립합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강간죄의 구성요건적 행위는 「폭행·협박+강간」이므로, 그 일부인 폭행·협박만 있어도 강간죄의 실행착수가 인정됩니다.

 

즉, 강간의 고의로 피해자를 폭행 또는 협박한 이상, 간음행위가 없더라도 강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므로 (강간미수),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면 비록 기본범죄인 강간죄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결과적 가중범인 강간치상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강간치상의 가중처벌 이유는 상해의 결과이므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이상 강간이 성공했는지 미수에 그쳤는지는 따지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4. 법적 대응 방향
이와 같은 사건에서 일반적인 대응방안을 말씀드리면, 큰 틀에서 강간의 고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거나, 아니면 강간의 고의는 인정하되, 다음과 같은 법적 쟁점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① 폭행의 정도: 강간의 수단으로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경미한 폭행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② 범행의 중단: 범행에 장애사유가 없어 결과 실현이 가능한 상황에서, 행위자가 자의로 범행을 중단하였다면 중지미수로서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판례는 결과적 가중범의 중지미수가 인정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③ 치상의 결과: 일상생활에서 자연치유될 수 있을 정도의 경미한 상처라면 강간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혹은 폭행과 상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음을 입증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법정형에 해당하는 강간치상죄가 아니라, 강간죄의 미수로 의율하여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고, 중지미수에 해당한다면 필요적으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여야 하며, 장애미수에 해당하더라도 임의적 감경사유에 해당합니다.


④ 어떤 죄명으로 의율되는지 불문하고, 피해자에 대한 합의 등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5. 결론
누범기간 중 범행은 장기 2배를 가중하여 매우 중하게 처벌받으며, 동종 유사 전력이 있는 경우 엄벌을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강간의 고의를 부인할 수 있다면 단순히 폭행치상 또는 상해죄로 가장 가벼운 처벌을 받겠지만 현실적으로 난항이 예상되며, 상해의 정도를 다투거나, 범죄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피해자와 조기에 합의하는 방안 중에서 신중히 선택하여 대응하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손건우 기자 soon@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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