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민사 재판이 전반적으로 길어지는 흐름이 통계로 확인됐다. 구속 사건보다 불구속 사건의 처리 기간이 더 길어지는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17일 대법원이 발간한 ‘202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 형사 합의부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구속 사건 144.1일, 불구속 사건 228.7일로 집계됐다. 구속 사건은 약 5개월, 불구속 사건은 약 8개월이 걸린 셈이다.
특히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우 격차가 더 컸다. 구속 사건은 평균 167.3일이 소요된 반면, 불구속 사건은 390.3일로 2배 이상 길었다. 형사 단독 사건 역시 구속 110.7일, 불구속 180.7일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차이는 구속기간의 법정 상한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고인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경우, 기한 내 심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재판부와 검찰 모두에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의 구속기간은 원칙적으로 2개월이다. 다만 필요할 경우 심급마다 두 차례까지 2개월씩 연장할 수 있다. 상소심에서는 추가 심리가 불가피한 경우 세 차례까지 연장이 허용된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1심에서 최대 6개월, 2심과 3심을 합쳐 최장 1년 2개월에서 1년 6개월까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또 재구속에는 엄격한 제한이 있어 한 차례 석방된 피고인을 동일 범죄사실로 다시 구속하기는 어렵다.
반면 불구속 사건은 명확한 기간 제한이 없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1심 형사 합의부 사건 가운데 2년 이상 진행된 피고인은 구속 61명, 불구속 973명으로 집계됐다. 불구속 사건이 16배 가까이 많았다.
민사 재판도 장기화되는 추세다. 소송가액 5억 원을 초과하는 민사 1심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15.8개월로 나타났다. 2019년 평균 9.9개월과 비교하면 5년 사이 6개월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고액 사건일수록 다툼이 치열하고 사실관계가 복잡해 심리가 길어지는 데다, 재판부의 사건 부담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민사 단독 사건은 평균 5.4개월로 상대적으로 신속히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지연이 구조화되면서 제도 개선 요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불구속 형사사건의 장기화를 완화하기 위해 일정한 심리 기간을 설정하거나 사건 유형별 관리 체계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 인력 확충과 절차 효율화 방안 역시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