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수사 무마를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실제로 청탁이 성사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에 관해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며 금품을 수수한 행위 자체로 변호사법 위반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28일 광주지법 형사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변호사 A 씨(59)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범죄 수익금 2억 1000만 원을 추징하도록 명령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4~5월 사이 130억 원 규모의 뇌물수수 및 불법 대출 의혹을 받던 광주 지역 한 은행 관계자들에게 접근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무마해 주겠다는 취지로 돈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결과 그는 은행장과 대출 브로커 등으로부터 각각 5억 원과 2억 원을 받는 등 총 7억 원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공범에게 전달했고, 2억1000만 원은 개인적으로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변호사로서의 공적 책임을 저버리고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사건 관계자들에게 접근해 거액을 수수했다”며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부정한 청탁이 실제로 실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점,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변호사법상 ‘알선수재’의 성립 요건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은 공무원이 처리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해 청탁이나 알선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금품이나 향응,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미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약속한 경우 실제로 공무원에게 청탁이 이뤄졌는지와 무관하게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0도16093).
또한 공무원에게 청탁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이를 해주겠다고 속여 금품을 받은 경우에도 사기죄와 별도로 변호사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5도8466).
청탁 상대방인 공무원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거나, 제3자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담당 공무원을 명확히 특정하지 않았더라도 금품 수수의 명목이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에 대한 청탁·알선이라면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변호사법 제111조 제1항에 대해 “실제 청탁행위 여부나 현실적 불공정 처리 여부를 묻지 않고 청탁 명목 금품수수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구조”라고 전제하면서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재 2011헌바40).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수사 무마’나 ‘사건 축소’를 빌미로 금품을 받는 행위의 위법성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순간 기수에 이르는 범죄”라며 “청탁이 실제로 실행됐는지 여부는 성립 요건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138억 원대 불법 대출을 실행한 전직 은행장과 대출 알선 브로커, 금품을 건넨 관련자들도 별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공무상 기밀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관 1명 역시 법정에 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