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집주인의 손자인 30대 남성이 여성 세입자 집에 무단으로 출입하고 현관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해 여성은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등을 호소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8일 JTBC 사건반장 보도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2023년 가을 서울의 한 다가구주택으로 이사했다. 건물 위층에는 집주인과 아들 부부가 거주하고 있었고, A씨의 옆집에는 집주인의 손자인 30대 남성이 살고 있었다.
A씨는 이웃들로부터 이 남성은 평소 건물 내 에어컨 수리 등 유지·보수 업무를 맡아왔고, 주변에서는 ‘효자’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전언도 나왔다.
사건은 이사 약 4개월 뒤 발생했다. 지난해 2월 12일 오전 6시 50분께, 이 남성은 “하수가 역류해 배관을 점검해야 한다”며 A씨 집을 찾았다.
화장실에 들어간 뒤 수리와 관련된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이상한 기척만 이어졌다고 한다.
불안감을 느낀 A씨가 작업 종료 시점을 물었지만 답변이 없었고, 결국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 안에서 남성은 휴대전화를 들고 A씨의 속옷을 손에 쥔 채 음란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형법 제319조 제1항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 거주자가 누리는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가는 경우 성립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다만 출입 당시 거주자의 승낙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허용 범위를 일탈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A씨가 즉시 남성의 어머니에게 상황을 알렸고 어머니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했다고 한다. 남성 측은 당시 만취 상태였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행동이 정상적으로 보였다”면서도 일단 경고 후 용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사한 방문이 이어졌다. 같은 해 3월 3일 새벽에는 사과를 이유로 다시 찾아왔고, 7월 22일 오전 5시께에는 A씨 집 현관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CCTV에는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하고 인터폰 카메라에 혀를 대는 장면까지 담겼다는 것이 A씨 설명이다.
형법 제322조는 주거침입죄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례와 실무는 문을 열거나 각 호실 출입문을 당겨보는 행위 등도 실행의 착수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현관문 손잡이를 조작하거나 잠금장치를 건드린 정도에 따라 주거침입 미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복도나 공동현관 앞에서의 행위는 공연음란죄 성립 여부도 문제 된다.
형법 제245조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하급심은 ‘공연히’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실제로 인식했는지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시해왔다.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행위라면 음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기준이다.
남성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돼 주거침입 및 주거침입 미수 혐의로 기소됐고 올해 1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는 과거 공연음란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도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던 정황과 관련해 실제 촬영이 이뤄졌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적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A씨는 “사건 이후 불면과 불안, 우울 증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며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남성 측은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원고 청구 기각과 소송비용 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면,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도 상당 부분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출입 승낙 범위, 촬영 여부, 구체적 행위 태양 등에 따라 적용 죄명과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