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건 판결이 안 좋아 술을 마셨다. 그래서 조사에 못 갔다.”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 B씨는 검사 출신 A변호사로부터 이 같은 해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1심 재판 도중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자 A변호사에게 2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검찰 조사 동행을 요청했지만 조사 당일 변호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B씨는 수임료 반환을 위해 충북변호사협회에 진정을 하였으나 기각됐다. 충북변호사회는 <더시사법률>에 “불출석은 불성실로 보기 어렵고 금전 반환은 민사 쟁점”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불성실 변론의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보고 있다.
실제 2022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변호사가 소송 수행 과정에서 직무상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해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며 “단순히 변론기일에 한 차례 불출석했거나 소송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불성실 변론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현재 B씨는 이에 불복해 대한변호사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같은 사례는 특정 개인의 분쟁을 넘어 교정시설 수용자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법률서비스 문제로 확인됐다.
지난 2월부터 받은 제보들을 분석한 결과 ‘불성실 대응’과 ‘승소 장담’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일부 변호사들은 수임 전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벌금형으로 마무리된다”, “무죄도 기대할 수 있다”며 결과를 단정적으로 설명한 뒤 사건을 맡았다고 한다.
그러나 수임 이후에는 자백을 유도하거나 합의를 종용하고, 기본적인 재판 일정에 불참한 사례도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제보자들의 주장대로 변호사가 수임 전 승소를 장담했더라도 교정시설 내에선 변호사와의 접견 내용을 녹취할 수 없어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제약이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피해를 반복시키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교정시설 재소자들의 피해는 결국 법률서비스 시장 전반의 불성실 변론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10년간 변협이 내린 징계 가운데 ‘성실의무 위반’은 53건, ‘품위 유지의무 위반’은 10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징계 건수는 2012년 35건에서 2024년 206건으로 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법률서비스 피해 신고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3년간 피해 신고가 가장 많은 로펌은 법무법인 대륜(49건), 법무법인 YK(39건), 유스트(17건) 순이었고, 피해 유형은 위임계약 불성실, 재판 일정 불참, 설명 부족 등이었다.
법무법인 JK 김수엽 대표 변호사는 “변호사 배출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리한 수임과 승소 장담이 늘고 있다”며 “재판 결과는 판사에 따라 사실관계의 해석이나 양형 요소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쟁점이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장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뢰인은 변호사와 계약 시 수임 범위와 역할, 비용 및 해지 조건을 명확히 문서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서는 불성실 변론을 예방하기 위해 징계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변호사법상 징계 결과 공개 기간은 과태료 6개월, 정직 1년, 제명·영구제명은 3년으로 제한돼 있어 공개 기간이 지나면 과거 징계 이력을 확인하기 어렵다.
또 ‘재판 노쇼’로 알려진 권경애 변호사 사건처럼 불성실 변론을 형사적으로 문제 삼으려면 피해자가 직접 업무상 배임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여서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는 변호사가 사전 동의 없이 재판에 불출석할 경우 징계 사유로 명확히 규정하는 이른바 ‘권경애 방지법’이 발의돼 있으나 아직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