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강력 범죄 재판에서 피고인의 심리 상태와 재범 가능성을 수치화한 평가 지표가 양형 판단의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형 재범 위험성 평가(KORAS-G)와 사이코패스 평정척도(PCL-R) 결과는 실형 선고 여부뿐 아니라 전자장치 부착이나 치료감호 등 보안처분 판단에도 반영된다. 재판 과정에서는 피해자 유가족의 처벌 요구와 맞물리며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의대생 최모씨의 항소심 공판을 열고 피해자 어머니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어머니는 법정에 출석해 “딸을 잃고 더는 행복하지 않기로 다짐한 엄마의 엄벌 탄원에 더 귀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반성문이나 가족의 선처 요청보다 유가족이 겪는 고통을 고려해 달라”며 “딸을 떠나보낸 이후 정상적인 일상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1심에서 징역 26년이 선고된 데 대해서도 “선고 이후 또 다른 깊은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범 위험성과 범행 경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피해자 측 진술이 필요하다고 보고 증인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1심에서는 KORAS-G 결과가 ‘높음’, PCL-R 점수가 ‘중간 위험군’으로 평가된 자료가 제출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전과가 없고 평가 점수가 하단에 가까운 점 등을 고려해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보호관찰명령 청구를 기각했다.
평가 지표만으로 재범 위험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법원은 전자장치 부착이나 치료감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이러한 평가 결과를 참고한다.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은 재범 위험성이 있는 경우 검사가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보호관찰소를 통해 피고인의 심리 상태와 재범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
실제 재판부들은 정신감정 의견과 함께 KORAS-G와 PCL-R 결과를 근거로 치료감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재범 위험성 평가는 양형 판단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반영된다. 피고인의 성향과 향후 위험성을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전자발찌 부착이나 치료감호 등 보안처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근거로도 사용된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면제 여부를 판단할 때도 고려 요소로 반영된다.
법원은 평가 결과를 절대적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판례는 재범 위험성 평가를 다른 사정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참고자료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동일한 평가 점수라도 결론이 달라지는 이유로 치료 순응도와 환경 요인을 꼽는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재범 위험성 평가는 과학적 도구지만 법원은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개선 가능성과 보호관찰을 통한 통제 가능성을 함께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 결과의 신뢰성을 다투거나 치료 의지를 입증하는 과정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