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신문 없는 진술조서, 증거 안 된다”… 대법 ‘무죄 확정

  • 등록 2025.04.04 16: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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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진술조사 증거 채택은
‘특신상태’ 증명 없으면 안 돼

 

피해자 진술조서가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인신문 없이 증거로 채택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특수절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인 A 씨는 같은 국적의 유학생 B 씨가 1,000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자 2022년 8월 30일 B 씨의 집에서 여권과 통장을 들고 나오고 다음 날 공범과 함께 B 씨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피해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문제가 됐다.


피해자 진술조서는 당사자가 법정에서 기재 내용이 맞다고 진술해야 증거로 쓸 수 있다. 만약 소재 불명 등의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돼야 한다.


B 씨는 절도와 폭행 사실을 경찰서에 신고하고 그에 관한 진술조서를 작성했다. 이후 진술 내용과 관련해 1심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늦은 시간에 출석해 신문이 진행되지 못했다. B 씨는 다음 기일을 고지받았음에도 출석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는 연락받지 않아 결국 증인신문은 진행되지 않았다.


A 씨 측은 B 씨가 법정에 나와 직접 진술한 것이 아니므로 피해자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서와 진술조서의 내용은 모순되거나 특별히 의심할 만한 사항이 없고, 피해자가 기일에 출석하지 못한 과정을 보면 증인신문을 회피했다기보다는 부득이한 사정이 생긴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각 서면은 그 진술 내용이나 작성에 허위 개입 여지가 없다”면서 피해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피해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출입국 현황에 따르면 피해자가 외국으로 출국하지 않은 점 △피해자가 당심에서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을 통해 합의서를 작성해 제출했는데 합의서에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되어 있는 점 △1심 이후 피해자의 법정 출석을 위한 수사기관의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점 등을 들면서 “피해자의 법정 출석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사정이 증명된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기관부터 당심까지 피해자의 경찰 진술과 상반된 내용으로 일관되게 변소하면서 공소사실을 적극적으로 다투고 있는데, 피고인은 피해자의 진술 진위를 다툴만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1심에서 피해자가 증인신문에 출석하지 않은 것도 의도적으로 신문을 회피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거능력이 없는 피해자의 진술서와 경찰 진술조서를 제외하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증거의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이소망기자 CCJ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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