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내 음란도서 자유 반입…법 체계 모순

  • 등록 2025.04.07 1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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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소장 재량에 한계…
법령 간 모순으로 통제 불가
교정당국 “교화 저해” 지적
국회 형집행법 개정안 발의

 

 

성범죄자를 포함한 교정시설 수용자들이 선정성이 강한 이른바 ‘19금’ 도서를 큰 제한 없이 반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용자가 신청하면 성인 잡지나 성인 만화 대부분이 반입되는 구조여서 교정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7조는 “수용자가 신청한 도서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른 유해 간행물이 아닌 이상 반입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유해 간행물 지정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아 여성의 나체가 등장하는 잡지나 음란성이 짙은 성인 만화 대부분이 유해 간행물로 분류되지 않고 교정시설에 반입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2023년 취합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의 월간 도서 반입 건수는 평균 약 14만 권 수준이며, 이 중 성인 잡지는 월평균 35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정 현장에서도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속초교도소 도서 담당 교도관은 “성폭력 수형자가 음란 도서를 열람하는 상황이 과연 교화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령 구조의 모순도 현장에서 지적된다. 형집행법 제47조는 유해 간행물이 아닌 도서에 대해 구독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같은 법 제26조·27조·92조는 음란물이나 폭력물 등을 소지 금지 물품으로 간주하고, 소장이 재량에 따라 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조항 간 충돌은 법원 판결에서도 확인다. 2018년 대구고등법원은 “유해 간행물이 아닌 잡지를 음란성을 이유로 반입 불허한 교도소장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도서의 내용은 형집행법상 제한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소장의 재량권 행사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대구고등법원 2018누2293).

 

이처럼 형집행법과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관련 판례 사이의 구조적 충돌은 수용자들의 행정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폭력 범죄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는 2022년 해외 간행물을 수령하려다 교도소장으로부터 ‘음란 도서’라는 이유로 반송 처분을 받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해당 도서는 유해 간행물이 아니며 반입을 제한한 것은 알 권리 침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구독 신청은 허용하면서 교부 신청은 음란성을 이유로 제한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심에서도 교도소 측의 ‘사정판결’ 요청은 기각됐다. 교정당국은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와 국민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그런 공익적 고려는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교정시설마다 도서 반입 기준이 다르고 교도관의 판단에 따라 검열 강도가 달라지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법원은 “심의자마다 기준이 달라 수용자 간 권리 행사에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위헌적 구조 가능성을 지적했다.

 

법무부도 제도 개선을 시도한 바 있다. 수발 대행업체를 통한 음란물 반입 시도와 우송 도서 반입 문제를 이유로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고 영치금을 통한 도서 구매 방식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조치가 수용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시행 중지를 권고했고, 법무부는 결국 지침을 철회한 바 있다.

 

이후 2024년 8월부터 외부 도서 반입 시 발송인의 신분을 사전에 등록하는 ‘우송 도서 등록제’가 도입됐지만 도서 내용 자체에 대한 제한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 8월 형집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음란 폭력 마약 등의 행위를 과도하게 묘사해 수용자의 교화를 저해하거나 시설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간행물의 구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 역시 수용자의 알 권리 제한이라는 측면은 있지만 교정 교화와 시설 질서 유지 그리고 국민 법 감정을 고려할 때 개정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인권위는 도서 열람이 수용자의 정서 회복과 사회 복귀에 도움이 되는 만큼 단순한 음란성을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알 권리 침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무법인 JK 김수엽 변호사는 “형집행법과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판례 사이의 엇박자는 교정 목적과 기본권 보장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교도소마다 도서 반입 기준이 달라 헌법상 평등권 침해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유해 간행물 지정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19금 잡지조차 유해 간행물로 분류되지 않는 현실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설아 기자 seolla@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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