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수치만으로 처벌 못 한다…법원 판단 기준은

  • 등록 2025.04.07 16: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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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시점 음주 여부 입증 필요
합리적 의심 남으면 무죄 판단

 

음주운전 사건에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지 않으면 유죄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사재판에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는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

 

음주운전 사건에서도 단순히 높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확인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수치가 실제 운전 시점의 상태를 반영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대법원은 운전 직후 측정이 어려운 경우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시간당 알코올 분해량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수치를 적용해야 하고 계산 결과 역시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99도5393 판결).

 

이 같은 판단은 최근 항소심 판결에서도 확인됐다.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성래)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 사건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2023년 2월 21일 오후 5시경 강원 정선의 한 장터 인근에서 약 4분간 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직후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는 0.306%로 처벌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0.08% 이상은 면허 취소 기준에 해당하며, 0.2% 이상인 경우에는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재판에서는 측정 수치가 아닌 운전 당시의 음주 상태가 문제로 다뤄졌다.

 

경찰 출동 당시 A씨의 차량은 자택 주차장에 비정상적으로 주차돼 있었고, A씨는 음주 장소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집에 들어와 술을 더 마신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긍정 취지로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운전 이후 술을 마셨다는 이른바 ‘후행 음주’ 가능성을 주장했다. 평소 갈등이 있던 이웃 차량의 통행을 막기 위해 차량을 이동시킨 뒤 추가 음주를 했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범죄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운전 종료 후 약 50분이 지난 시점에서 측정된 수치만으로는 운전 당시 음주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만취 상태에서 이뤄진 일부 진술 역시 신빙성이 낮다”고 밝혔다.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음주 측정 당시 피고인의 진술을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고, 운전 이전 음주 사실을 인정할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봤다.

이소망 기자 somang@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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