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험사 ‘전이암 원발부위 특약’ 설명 의무 있어”

  • 등록 2025.04.07 16: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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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별도 설명할 의무 없어”

 

전이암 보험금 지급 기준을 둘러싼 분쟁에서 보험사가 약관을 근거로 보험금을 제한하려면 해당 내용을 가입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험금 액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라면 사전 설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보험가입자 A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12월 갑상선 전절제 수술과 목 오른쪽 림프절 절제술을 받은 뒤 이듬해 갑상선암과 림프절 전이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440만원만 지급했다.

 

해당 보험 약관에는 갑상선암 수술 시 보험가입금액의 20%를 지급한다는 조항과 함께 ‘원발부위 기준 분류’ 특약이 포함돼 있었다. 이 특약은 이차성 암으로 분류되는 C77~C80 진단이 내려지더라도 원발부위가 확인되면 최초 발생 부위를 기준으로 암을 분류해 보험금을 산정한다는 내용이다.

 

A씨는 림프절 전이암이 갑상선암과 다른 별개의 암이며 계약 체결 당시 해당 특약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험금 2200만원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자가 해당 특약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별도의 설명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원발부위가 갑상선이므로 지급한 보험금은 계약에 따른 정당한 처리라고 주장했다.

 

쟁점은 ‘원발부위 기준 분류’ 특약이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보험약관상 림프절 전이암은 질병분류표에서 C77 코드로 별도의 암으로 표시된다.

 

그러나 특약이 적용되면 원발부위가 갑상선으로 확인되는 경우 갑상선암 기준으로만 보험금이 지급돼 일반암 보험금이 제한될 수 있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림프절 전이암을 갑상선암과 구별되는 독립된 암으로 보기 어렵다“며 “해당 특약 설명 여부가 보험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해당 특약이 보험사고의 범위와 보험금 지급 여부 및 보장 범위를 결정하는 보험계약의 핵심적인 내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조항은 단순한 의학적 분류 규정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보험금 지급 범위를 제한하는 기능을 한다”며 “일반 가입자가 보험사의 설명 없이 전이암이 발생할 경우 원발부위 기준으로만 보장이 이뤄진다는 점을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보험사가 이러한 중요한 약관을 가입자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약관법상 설명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설명 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사는 해당 특약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이는 상법 제638조의3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설명의무 규정에 따른 것이다.

 

다만 보험금 산정 방식에 대해서는 중복 지급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원발부위가 갑상선인 전이암의 경우 일반암 보험금과 갑상선암 보험금을 그대로 중복 지급하는 것은 약관 체계상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갑상선이 원발부위인 이차성 일반암이 문제 되는 경우 일반암 기준 보험금에서 이미 지급된 갑상선암 보험금을 공제한 차액만 지급하는 해석이 합리적이다”며 “이미 갑상선암 보험금이 지급된 상태에서 일반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 두 보험금의 차액만 지급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보험 약관 설명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한 첫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전이암 분류 기준처럼 보험금 지급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 특약은 계약 체결 과정에서 보험사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예준 기자 cotn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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