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미리미리 챙겨야 하는 이유

  • 등록 2025.11.10 09: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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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쫓기며 쓴 서면 좋지 않아
고객이 찾기 전 먼저 보고 원칙

 

굳이 변호사 일이 아니라도 모든 일은 미리미리 일을 해 놓으면 좋다는 것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변호사 일은 더더욱 그렇다. 선고 전날 변론요지서를 제출하거나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 마감일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는 것은 사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변호사가 마감 기일에 촉박해서, 그러니까 마감 기일 전날부터 이런 서면을 작성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시간에 쫓겨서 작성하는 서면의 품질이 좋을 리 없다. 좋은 서면을 쓰려면 기록을 여러 번 꼼꼼히 읽고, 관련된 다른 사례나 판결례를 광범위하게 조사해서 반영하고, 완성된 초안을 거듭 다시 보면서 고치고, 다른 사람의 피드백까지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마감에 쫓기면 이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판사로 일할 때 변호사가 변론 기일 전날 서면을 제출하거나, 선고 직전에 변론요지서를 제출하거나, 항소이유서의 마감날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거나, 서면 제출을 계속 미루다가 도저히 더 미룰 수가 없을 때 제출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는 판결 선고 전 일주일 전 또는 사나흘 전에 판결문을 다 써 놓았는데, 선고 전날에 변론요지서를 받으면 그것을 찬찬히 읽고 판결문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뒤늦게 제출된 서면은 열심히 읽어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고 그 내용을 보더라도 예상대로 부실해서 판결에 반영할 것이 별로 없을 때가 많았다.


일을 미리미리 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다. 우선 변호사들이 사건을 주시하면서 계속해서 챙기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일을 ‘챙기는 것이’ 변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미리미리 일을 해놓는 변호사는 항상 여유가 있지만, 미루는 변호사는 마감에 쫓기느라 항상 바쁘다.

 

겉으로 보면 후자의 변호사가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질은 전자의 변호사가 더 많이 일하고 또 잘한다. 마감 기일이 도래하기 한참 전에 초안을 다 작성해 놓고 나면 그 이후에 더 좋은 내용이 떠오르기 마련이고 그럴 때마다 덧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불만 중의 하나는 상담을 했던 대표변호사나 파트너와는 일단 선임한 이후에는 변호사와 직접 연락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뢰인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자기 사건을 제대로 챙기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진다.


고객이 변호사에게 물어볼까 말까 눈치를 보기 전에, 변호사가 자기 사건을 제대로 챙기는지 몰라 불안해하기도 전에, 먼저 선제적으로, 대표변호사가 직접 고객에 보고 드리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재민 변호사 CHDWO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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