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주택 마당에 아이 유기하고 떠난 남녀 결국 재판행

  • 등록 2025.04.08 14: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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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정범 성립 여부 법정 공방

 

남의 집 마당에 신생아를 두고 떠난 혐의로 기소된 남녀가 법정에 섰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와 B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2011년 3월 인천의 한 주택 마당에 신생아를 두고 현장을 떠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대문을 열고 마당 안으로 들어가 아이를 두고 나온 것으로 조사됐고, B씨는 인근에서 주변을 살피며 범행을 도운 것으로 파악됐다.

 

법정에서 B씨는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그는 “아이를 두고 오기 위해 현장에 함께 간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망을 보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생아를 타인의 주택 마당에 두고 떠나는 행위는 아동복지법 제17조가 금지하는 아동 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에 두는 행위로 평가되며, 같은 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번 사건에서는 B씨의 행위가 공동정범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방조에 그치는지가 재판의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형법상 공동정범이 인정되려면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돼야 한다. 단순히 범행 현장에 동행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범행을 함께 수행하거나 실행을 지배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필요하다.

 

반면 정범의 범행을 인식하면서 실행을 쉽게 하도록 돕는 행위가 있었다면 방조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망보기나 주변 경계, 현장 대기와 같은 행위도 경우에 따라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판례에서도 범행 전후의 역할 분담과 절취물 처분 계획 등이 확인된 경우 공동정범 또는 공모관계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2013년 대전고등법원은 공범이 아파트 옥상을 통해 세대에 침입해 귀금속을 절취하는 동안 피고인이 주변에서 기다렸다가 범행 후 함께 이동해 물건을 처분하기로 한 사건에서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반대로 범행 의도를 인식하거나 구체적인 도움 행위가 입증되지 않은 경우에는 단순 동행만으로 형사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하급심 판결도 있다.

 

아동 유기 범죄는 결과와 관계없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두고 떠난 시점에 이미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2022년 대전지방법원은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두고 떠난 사건에서 제3자가 곧바로 발견해 보호했더라도 두고 떠난 시점에 유기 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돼야 한다”며 “단순히 범행 사실을 알고 현장에 동행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보기나 주변 경계처럼 정범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는 물리적 도움뿐 아니라 심리적 지원으로 평가될 수 있어 방조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했다. 구인장은 피고인을 재판에 출석시키기 위한 영장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집행될 수 있다.

 

재판부는 A씨의 출석을 확보하고 B씨에 대한 국선변호인 선정을 위해 재판을 연기했다. 다음 공판은 5월 22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보라 기자 booora@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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