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은 원래 나쁜 사람이다.” 이 말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하고, 그 사람의 인격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정 현장에서 수용자들을 상담해 온 경험을 돌아보면, 범죄는 단순히 ‘나쁜 사람’이라는 말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오히려 많은 범죄는 특정한 사고방식의 반복과 왜곡된 판단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실제로 많은 범죄자는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당수는 자신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사람” 혹은 “운이 나빴던 사람”으로 이해한다. “그 정도는 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길래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설마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 말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책임을 축소하려는 사고방식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 왜곡'이라고 부른다. 범죄와 관련된 인지 왜곡은 몇 가지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는 합리화다.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로 포장하는 것이다. 둘째는 책임 전가다. 상황이나 타인의 행동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믿는다. 셋째는 피해 최소화다. 실제 피해를 축소하거나 별일 아닌 것처럼 여기게 된다. 마지막은 위험 과소평가다. “설마 문제가 되겠어”라는 생각으로 위험을 가볍게 판단하는 태도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작은 일탈과 그에 따른 성공 경험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강화된다. 규칙을 어겼는데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경험, 혹은 불법적인 행동을 통해 이익을 얻었던 경험이 쌓이면 사람의 판단 기준은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졌던 행동도 점차 익숙해지고, 결국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사고 체계가 만들어진다. 범죄는 종종 한 번의 충동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사고 습관의 결과로 나타난다.
이 점은 형사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만약 범죄가 단순히 ‘나쁜 사람’의 문제라면 처벌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범죄가 특정한 사고방식과 판단 구조에서 비롯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처벌만으로는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정 현장에서 재범 위험을 낮추기 위해 강조되는 접근 역시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인지 구조의 변화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던 사고를 인식하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충동과 욕망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재범 가능성은 실질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물론 모든 범죄를 심리적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범죄에는 사회적 환경, 경제적 압박, 인간관계, 중독과 같은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그러나 그 모든 요인 사이에서 실제 행동을 결정짓는 마지막 단계는 결국 개인의 판단과 사고방식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범죄를 선택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은 선을 넘는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위험한 생각을 정상적인 판단처럼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우리는 범죄자를 바라볼 때 종종 도덕적 분노에만 집중한다. 물론 범죄에 대한 책임과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재범을 줄이고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중요한 질문은 “그 사람은 왜 나쁜가”가 아니라 “어떤 사고방식이 그 사람을 그 선택으로 이끌었는가”이다.
범죄 예방의 핵심은 나쁜 사람을 찾아내는 데 있지 않다. 위험한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교정하는 데 있다. 사람을 단순히 악으로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놓치게 된다.
그러나 생각의 구조를 이해하고 변화시키려 할 때, 비로소 범죄를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범죄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