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을 벗어난 군기훈련으로 훈련병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육군 12사단 간부들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피고인들은 사망 결과와의 인과관계와 예견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형사1부는 학대치사 및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간부 A대위와 B중위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5년,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사실관계 판단에 오류가 있고 형량이 과도하다며 항소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사건은 지난해 5월 23일 12사단 신병교육대 연병장에서 발생했다.
B씨는 전날 점호 시간에 대화를 했다는 이유로 훈련병 6명을 군기훈련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숨진 C씨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최초 적발로 규정상 구두교육 대상에 해당해 군기훈련을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훈련병들은 입소 9일 차로 완전군장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부족한 무게를 맞추기 위해 군장에 책을 넣도록 지시받았고, 실제 군장에는 수십 권의 책이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훈련 강도를 높이며 팔굽혀펴기, 뜀걸음, 엎드려뻗쳐 등 고강도 훈련을 이어갔다. 군기훈련은 약 45분 동안 진행됐고, 당시 기온은 28도를 넘었지만 충분한 휴식이나 수분 공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해당 군기훈련이 사망 결과로 이어진 원인으로 볼 수 있는지, 또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는지 여부다.
형사재판에서 결과적 범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위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뿐 아니라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도 입증돼야 한다. 행위가 만든 위험이 실제 사망으로 이어졌는지,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A씨 측은 군기훈련을 실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학대의 고의는 없었고, 사망과의 인과관계나 예견 가능성도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훈련이 사망에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며, 사망 결과 역시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는 취지다.
B씨 측 역시 일정 시점 이후 훈련 지휘권이 A씨에게 넘어갔다며 공모 관계를 부인했다. 또한 자신의 행위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고 결과를 예견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군형법상 가혹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형법상 학대에도 해당한다”며 “훈련병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육체적 고통을 가해 생명과 신체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당시 같은 군기훈련을 받았던 다른 훈련병 가운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사례가 확인됐다며 학대치상 혐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도 검토 중이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5월 14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