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영상을 통해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출마 메시지에서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히며 경제 회복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출마 선언은 3년 전 제20대 대선 당시와 마찬가지로 영상 형식을 택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형식은 유사하지만 메시지의 방향성과 전략적 지점에서는 분명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의 출마 선언이 ‘공정’과 ‘정의’를 중심에 두고 사회 구조 개혁 의지를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잘사니즘’과 ‘K-이니셔티브’라는 새로운 개념을 앞세워 보다 확장된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기존에 강조해 온 ‘경제 회복’이라는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단순한 성장 담론을 넘어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라는 실용적이고 포괄적인 목표를 부각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잘사니즘’을 이번 선언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단순히 생계를 넘어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의미한다”며 “고통을 넘어 보다 행복한 삶을 지향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소득 증대가 아니라 삶의 질과 행복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같은 구상은 지난해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강조했던 ‘먹사니즘’에서 한 단계 확장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그는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민생 중심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이번에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 더 나은 삶의 조건까지 아우르겠다는 점에서 개념적 확장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또한 과거 대선에서 내세웠던 ‘억강부약(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다)’과도 결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시에는 공정성 회복과 불평등 완화, 구조 개혁 등 전통적인 진보 의제가 중심축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기득권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메시지가 선명했다.
반면 이번 ‘잘사니즘’은 특정 계층을 지원하는 데 머물지 않고, 국민 전체의 삶의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넓혔다.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외연을 확장한 셈이다.
이번 출마 선언에서 제시된 또 다른 개념인 ‘K-이니셔티브’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이는 글로벌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구상으로, 외교·안보·산업 정책 전반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단순히 국내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 질서 속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함께 제시한 것이다.
특히 미국 정치 상황의 변화와 국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실을 배경으로 대외 전략의 중요성을 부각한 점도 눈길을 끈다. 대내적으로는 민생 회복을, 대외적으로는 국가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강조하는 이중 전략이 이번 선언의 특징으로 꼽힌다.
경제 정책의 방향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구조 개혁을 통한 체질 개선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번에는 기술 혁신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성장 전략이 보다 분명히 제시됐다. 실질적인 소득 회복을 위해 미래 산업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출마 선언 영상의 분위기 역시 이전과는 차이를 보였다. 제20대 대선 당시 영상에서는 강한 어조와 직설적인 화법을 통해 개혁 의지를 강조했고,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문장을 직접 낭독하며 출마의 정당성을 부각했다. 또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재임 시절의 정책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데 집중했다.
반면 이번 영상은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최근 정치 상황을 환기하는 장면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현재의 정치적 맥락을 짚은 뒤 정책 메시지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방식이 사용됐다.
이후에는 국가가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영상 후반부에서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대선 출마 의지를 재확인했다. 감정적 공감과 설득에 무게를 둔 구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영상 구성 방식에서도 변화가 엿보인다. 정책 내용을 주제별로 나눠 설명하고, 시청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비교적 간결하게 정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복잡한 정치 담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직관적인 전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두 차례 출마 선언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된 요소는 경제 회복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그는 ‘경제 대통령’을 기치로 내걸며 민생 안정과 양극화 완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소득 격차 해소와 부동산 개혁, 공공 일자리 확대 등이 당시의 핵심 정책이었다.
이번 선언에서는 기술 혁신과 산업 전략을 통해 실질적인 소득을 끌어올리겠다는 점이 보다 강조됐다. 복지와 분배 중심 접근에서 성장 기반 확충으로 정책의 무게추가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민생 회복이라는 기본 기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출마 선언을 두고 전략적 변화가 분명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기존의 공정 중심 담론을 일정 부분 완화하고, 실용적 민생 정책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앞세우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조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중도층 확장과 정책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두 차례의 출마 선언은 불평등 해소와 민생 회복이라는 공통된 문제의식 위에 서 있으면서도 이를 설명하는 언어와 정책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같은 목표를 향하되 보다 실용적이고 확장된 전략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변화의 흐름이 읽힌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