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문 손잡이에 체액을 묻힌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해당 행위의 처벌 가능성을 둘러싸고 법적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 기괴 행위를 넘어 재물손괴나 스토킹 범죄로 처벌될 수 있는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14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3일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했다. 피해자 A씨는 출근을 위해 차량으로 향하던 중 주변을 서성이는 남성을 목격했다.
남성은 인기척을 느끼자 급히 자리를 떠났고, 이후 차량 조수석 문 손잡이 부근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발견됐다.
해당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졌고, 경찰 조사 결과 이 액체는 남성의 체액으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에서는 해당 행위가 단순 장난을 넘어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사건은 법적으로 스토킹처벌법과 재물손괴죄 적용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할 경우 성립한다. 행위 간 시간과 장소의 근접성, 범의의 계속성 등을 종합해 일련의 반복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이번 사안에서 단발성 행위만으로는 스토킹 범죄 성립이 쉽지 않지만, 동일 장소를 반복적으로 배회하거나 특정 차량을 겨냥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차량 손잡이에 체액을 묻힌 행위는 형법상 재물손괴죄 성립 여부도 쟁점이 된다. 재물손괴죄는 물건을 손괴하거나 오염시키는 등 방법으로 효용을 해친 경우 성립하며, 원상 회복의 난이도와 비용, 미관 훼손 정도, 사용 제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차량 문 손잡이에 체액을 묻히는 행위는 재물의 효용을 해치는 오염에 해당하는지와 특정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반복 행위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물손괴 여부는 단순히 닦아낼 수 있는지 여부만으로 판단되지 않고, 위생상 문제나 혐오감으로 인해 차량 사용이 제한됐는지, 추가적인 세척이나 비용이 발생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판례에서도 오염 정도에 따라 판단이 갈린다. 2020년 제주지방법원은 차량에 들기름을 뱉은 사건에서 “통상적인 세척으로 제거 가능한 일시적 오염이라면 효용 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재물손괴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체액의 특성상 위생 문제로 차량 이용이 사실상 제한되거나 전문적인 소독이 필요한 경우에는 재물의 효용이 침해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확인되지 않아 강제추행 등 성범죄 적용 여부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 변호사는 “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추행과 폭행 또는 협박이 결합된 경우 성립한다”며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따라다닌 정황이 확인될 경우 스토킹 범죄 성립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