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때문에 순서 뒤바뀐 형집행으로 출소 늦어져

  • 등록 2025.04.14 12: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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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집행순서 변경, 불리한 처분 아냐

 

검사가 징역형과 벌금형에 따른 노역장 유치의 집행 순서를 바꿔 출소 시점이 늦어진 경우, 이를 위법한 처분으로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단순히 출소 시점이 늦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형사소송법 제462조는 2개 이상의 형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무거운 형을 먼저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검사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집행 순서를 변경할 수 있다.

 

형집행순서변경 제도는 징역형과 벌금형이 함께 확정된 경우, 벌금 미납에 따른 노역장 유치를 먼저 집행하거나, 반대로 집행을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운용될 수 있다. 다만 그 판단은 검사의 재량에 맡겨지며 목적과 경위, 수형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A씨는 2019년 9월 부산 기장군 자택에서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와 시비가 붙자 전자충격기로 목과 허리 부위를 충격하고 머그컵으로 머리를 내려쳐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범행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쟁점은 누범 기간 산정 기준이었다. 검찰은 A씨가 과거 특수강도죄로 복역한 뒤 누범 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실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A씨는 2014년 특수강도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폭행죄와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형도 확정됐다.

 

검사는 징역형 집행 중 벌금을 내지 않은 부분에 대해 노역장 유치를 먼저 집행하도록 형집행 순서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2015년 3월부터 약 53일간 노역장 유치가 먼저 집행됐고, 그 기간 동안 징역형 집행은 정지됐다.

 

그 결과 당초 예상됐던 징역형 종료 시점은 2016년 7월이었지만 실제 출소일은 2016년 9월로 늦어졌다.

 

2심 재판부는 이러한 형집행 순서 변경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검사의 지휘로 출소 시점이 늦어졌더라도 누범 여부는 당초 예정된 형 종료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형집행 순서 변경의 위법 여부는 결과가 아니라 변경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형집행 순서 변경으로 징역형 종료 시점이 늦어져 결과적으로 누범에 해당하게 됐더라도, 이를 이유로 검사가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줄 의도로 지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누범 기간 판단 기준이 되는 형집행 종료일은 실제 교정시설에서 출소한 날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오해해 형집행 종료일을 당초 예정일로 본 원심 판단에는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한편 형집행순서변경 제도는 수형자의 처우와 형 집행의 효율성을 고려해 운영되는 제도로, 교정시설 내 질서 유지와 집행 관리 측면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형집행순서 변경 신청은 수형자가 수용 중인 교정시설 소재지를 관할하는 검찰청 검사가 심사한다. 실무적으로는 교도소장을 통해 의견이 전달되는 경우가 많지만, 수형자나 변호인이 직접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최종 판단은 검사에게 있으며, 교정시설장의 의견과 집행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최문정 기자 mjchoi39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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