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시집살이 끝에 이혼 결심했지만…수십 년 넘게 ‘법적 부부’

  • 등록 2025.04.16 09: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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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별거는 ‘혼인 파탄’ 사유 될 수 있어

 

수십 년 가까이 사실상 남남으로 지내왔지만 남편의 이혼 거부로 법적 혼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7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시어머니의 통제와 남편의 외도가 이어진 삶은 이른바 ‘민며느리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70대 여성 A씨는 결혼 직후부터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하지 못했다.

 

시어머니는 “아들의 기력을 보존해야 한다”며 아들을 자신의 방에서 재웠고 A씨와의 합방은 한 달에 한 번 허락이 있을 때만 가능했다.

 

두 딸을 낳자 상황은 더 악화됐다. “아들을 못 낳으면 친정으로 가라”는 폭언이 이어졌고 A씨는 미혼 시누이들의 뒷바라지까지 도맡아야 했다.

 

이후 남편의 제안으로 분가가 이뤄지며 상황이 나아지는 듯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분가 일주일 만에 남편은 집을 나갔다. 이후 생활비도 보내지 않았고 시어머니가 소개한 다른 여성과 동거하며 아들을 낳기 위해 생활을 이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씨와의 혼인 관계는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다.

 

현재 A씨는 남편이 고의적으로 연락을 피하고 법원에도 출석하지 않아 이혼조차 하지 못한 채 수십 년을 보내고 있다. 자녀 결혼식장에서 남편을 만나 이혼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이를 외면했고 이후 연락을 끊은 상태다.

 

A씨는 “고령에도 법적으로 배우자가 있는 상태로 남아있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변호사 선임조차 힘든 상황”이라며 법적 도움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장기간 별거가 이어져 혼인의 실체가 사실상 사라지고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해 재판상 이혼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도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면서 독립적인 생활관계가 형성된 경우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장기간 별거가 지속되면서 혼인 공동생활이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2010므1256).

 

또 남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와 부양 의무를 포기하고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가족을 방치한 경우에는 ‘악의의 유기’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법원 역시 정당한 이유 없이 부부로서의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포기하고 상대방을 버린 경우 악의의 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배 변호사는 “상대방의 주소나 거소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법원이 공시송달을 통해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민사소송법 제194조에 규정된 제도다.

 

이어 “공시송달로 진행되는 사건의 경우 상대방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일반 사건처럼 자백이 간주되는 방식으로 바로 판단되지는 않는다”며 “혼인 파탄의 경위나 별거 기간, 생활비 미지급 등 사실관계를 입증할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경제적 부담 때문에 소송을 망설이는 경우라면 법원의 소송구조 제도나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법률구조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경우 소송 비용을 유예하거나 무료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보라 기자 booora@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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