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영상과 불법 촬영물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 서버와 익명 플랫폼을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수사와 처벌 과정에서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형사 사건을 전담하는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서 가장 큰 문제로 ‘추적의 어려움’과 ‘영상 삭제의 한계’를 꼽았다.
그는 “영상은 몇 분 사이에 수십 개 경로로 복제돼 퍼지지만 수사는 행위자를 특정하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구조”라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처벌보다 삭제가 더 시급하지만 현행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곽 변호사는 또한 온라인 혐오표현 문제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와 피해 보호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며 “형사처벌 확대만이 답이 아니라 신속한 삭제 명령과 플랫폼 책임 강화 같은 행정적 대응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곽준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딥페이크와 불법 촬영물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실무에서 다루다 보면 이 범죄가 반복되는 패턴이 보이실 텐데요. 수사와 처벌 과정에서 가장 큰 한계로 느끼시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A. 실무에서 사건을 다루다 보면 크게 두 가지 한계를 체감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행위자를 추적하는 과정의 어려움입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대부분 익명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해외 서버를 경유하거나 텔레그램처럼 보안성이 높은 플랫폼을 이용하면 수사기관이 가해자를 특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 영상은 이미 여러 경로로 퍼지게 됩니다. 범행은 몇 분 만에 이루어지지만 수사는 구조적으로 뒤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는 유포된 영상의 삭제와 회수의 한계입니다. 영상은 피해자가 인지하기도 전에 복제되고 재유포됩니다. 법적으로 삭제 명령을 받더라도 이미 여러 사이트에 올라간 영상을 완전히 지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피해자에게는 가해자 처벌보다 영상 삭제가 더 시급한 경우가 많지만 현행 체계는 그 요구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벌 수위는 이전보다 높아졌지만 범행은 쉽고 빠른 반면 적발 가능성은 낮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결국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와 피해 영상의 신속한 삭제 체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관련 법이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어떤 지점에서 그 괴리를 가장 크게 느끼십니까?
A. 사건을 다루다 보면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여러 지점에서 체감하게 됩니다.
먼저 딥페이크 관련 규정입니다.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통해 딥페이크 성적 허위영상물 제작과 유포에 대한 처벌 근거가 마련됐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훨씬 빠릅니다. 특정 기술을 겨냥해 법이 만들어지는 순간 이미 새로운 기술과 방식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는 플랫폼 책임 문제입니다. 현행법은 유포 행위자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플랫폼 사업자 책임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특히 해외 플랫폼의 경우 국내법 적용 자체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으며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아도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피해자는 국내에 있지만 범죄가 이루어지는 플랫폼은 국외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 보호 절차도 문제입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영상이 증거로 다뤄지는 방식 자체가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벌 중심의 법 구조는 어느 정도 작동하지만 피해 회복과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느낍니다.
Q. 온라인 혐오표현 사건을 다루다 보면 표현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 사이에서 어려운 판단이 필요한 경우도 많을 것 같습니다.
A. 가장 큰 문제는 처벌 가능한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의 경계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에서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통해 일부 대응이 가능하지만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표현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형사처벌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피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법적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피해자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 법은 이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다만 처벌 범위를 무작정 넓히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혐오표현 규제가 정치적 발언이나 소수 의견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에 규제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저는 균형점을 피해의 구체성과 직접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향해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혐오표현은 단순한 의견 표현과는 다르며 이러한 경우에는 형사처벌보다 신속한 삭제 명령이나 플랫폼 책임 강화 같은 행정적 대응이 더 실효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들이 법적 도움을 요청했을 때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범위에 한계를 느낄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순간이 적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영상의 완전한 삭제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번 유포된 영상을 완전히 지우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삭제 지원 기관이 존재하지만 영상이 여러 경로로 복제되고 해외 플랫폼까지 퍼진 경우에는 사실상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이 생깁니다.
또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도 문제입니다.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영상을 확인하고 진술을 반복해야 하는 절차 자체가 피해자에게 큰 고통이 됩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시간의 문제도 큽니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영상은 계속 유통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언제 어디서 자신의 영상이 소비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긴 절차를 견뎌야 합니다. 결국 가해자 처벌과 피해 회복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합니다.
Q. 디지털 성범죄의 원인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문화에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사건을 다루다 보면 가해자가 특별히 반사회적인 인물이라기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에서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것이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법적 대응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처벌은 억제력을 만들 수 있지만 수요 자체를 없애지는 못합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타인에 대한 인식과 윤리 의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범죄는 형태를 바꿔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이 개인의 법적 책임을 약화시키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범죄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물어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시민사회와 법조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법조계의 역할은 피해자가 법적 절차에 접근하는 문턱을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수치심과 두려움 때문에 신고를 포기하거나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몰라 혼자 고통을 감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조계가 피해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절차적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민사회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지 않는 것, 혐오 표현에 동조하지 않는 것, 주변에서 그런 행위를 목격했을 때 침묵하지 않는 것이 결국 환경을 바꾸는 출발점입니다.
법과 사회는 서로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법은 처벌을 통해 억제력을 만들고 사회는 문화와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두 방향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이 더 이상 혼자 싸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법조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