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공간서 반복되는 동성 성범죄…판결문 분석해 보니

  • 등록 2025.04.22 16: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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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통제 구조…성범죄 반복 발생
폐쇄공간 특성상 증거 확보 어려워
‘야간 공백·인력 한계’로 범행 확대

 

동성 간 성범죄가 군대와 교정시설 등 폐쇄된 공간을 중심으로 반복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적 특성상 범행이 은폐되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형법상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의 성별과 관계없이 성립한다. 보호법익 역시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또한 미수범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동성 간 범행이라도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된다.

 

22일 <더시사법률>이 동성 간 성범죄의 발생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리걸테크 엘박스를 통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해당 범죄는 특정 환경에서 반복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들 공간은 위계와 서열 구조가 형성되기 쉽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통제 아래 놓이기 쉬운 환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군대에서는 선임과 후임 간 관계에서 위력에 의한 범행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다. 생활 전반이 지휘와 통제 아래 놓인 구조가 범행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특히 교정시설에서는 양상이 보다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수용거실·샤워실·다용도실·작업장 등 일상 동선 전반에서 범행이 발생한 사례가 확인됐다.

 

폭행이나 협박뿐 아니라 ‘수용생활상 불이익’을 암시하는 방식의 위력이 행사되는 경우도 반복됐다. 취침 중 등 항거가 곤란한 상태를 이용한 범행도 이어졌다.

 

실제 판결문을 보면 ‘내기’나 ‘벌칙’을 명목으로 성적 행위를 강요하거나 자위행위를 시키는 사례가 확인된다. 별도의 공간으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성적 접촉을 반복하는 방식, 취침 중 기습적으로 신체를 접촉하는 유형도 이어졌다.

 

일부 사건에서는 반복성과 지속성이 강조되며 가학적 행태가 양형 요소로 고려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폐쇄된 공간이라는 특성상 객관적 증거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수용거실 내 반복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는 약 3개월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수차례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피고인들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같은 공간에 있던 다른 수용자들이 “추행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점이 고려됐다.

 

아울러 교도관이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순찰이 이뤄지고 있어 장기간 범행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증언한 점도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이처럼 폐쇄된 공간은 범행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인 동시에 입증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특히 야간 시간대 관리 공백 문제는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수용자들이 순찰 주기를 예측한 상태에서 교도관 접근 시점을 피해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한된 인력 구조 역시 문제로 꼽힌다. 일정한 순찰 간격 속에서 관리 공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집단 폭행 등 중대한 사건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제한된 인원으로 모든 상황을 상시 관리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안팍 안지성 변호사는 “폐쇄된 공간에서는 위력 관계가 형성되기 쉬워 피해자가 저항하거나 신고하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된다”며 “순찰 간격을 단축하고 사각지대를 줄이는 등 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예준 기자 cotn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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