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낸 뒤 고의로 술을 더 마셔 음주 측정 결과를 왜곡하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이 오는 6월부터 처벌 대상이 된다. 그간 음주운전 가해자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악용해 온 법적 공백이 메워지면서, “사고 후 집에서 술을 마셨다”는 식의 주장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경찰청은 오는 6월 4일부터 음주 사고 후 추가 음주를 통해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별도 범죄로 규정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다고 23일 밝혔다.
개정안은 음주운전 여부 판단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행위를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사고 후 현장을 이탈해 고의로 술을 추가 섭취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는 기존 음주운전 처벌 수준에 준하는 형량이다.
그동안 수사 현장에서는 사고 직후 도주한 운전자가 뒤늦게 검거된 뒤 “사고 당시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이후에 술을 마셨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반박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도 추가 음주가 개입될 경우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개정으로 추가 음주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 되면서, 수사기관은 사고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측정 방해 행위만으로 처벌이 가능해졌다.
경찰의 대응 수위도 강화된다. 서울경찰청은 음주운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상습범이나 사망 사고 등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차량 압수와 구속 수사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에서 상습 음주운전 차량 41대가 압수됐으며, 최근 도주 중 추가 사고를 낸 운전자의 차량이 압수되는 등 차량을 범행 수단으로 보는 수사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법조계는 이번 조치가 음주운전 사망 사고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반영한 입법으로 보고 있다. 기존 음주측정 거부죄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웠던 회피 수단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재판에서는 운전자가 수사 방해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술을 섭취했는지 여부가 판단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책임 회피를 위해 수사 절차를 왜곡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