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허가” vs “절차 혼선”…수용자 개명 둘러싼 판단 기준은

  • 등록 2025.04.25 11: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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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남용 아니면 허가” 원칙 유지..
법원은 형사 절차 영향 중심 엄격 심사

 

출소를 앞둔 수용자들 사이에서 개명 신청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법원은 형사 절차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허가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용자도 성명권을 가지는 만큼 수감 중 개명 신청 자체는 가능하다. 다만 실제 허가 여부는 형사 사건 진행 상황과 신청 목적 등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된다.

 

법원이 개명 신청을 제한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형사 절차의 안정성이다. 재판이나 형 집행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이름이 변경될 경우 수사기관이나 교정당국의 신원 확인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어 있는 등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2005스26). 개명은 원칙적으로 허가하되, 남용 우려가 있는 경우 제한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문제는 ‘제한 회피 목적’의 판단이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집행유예 기간 중이거나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법원은 개명 신청이 전과 사실을 은폐하거나 법적 제한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다 엄격하게 살핀다.

 

실제 하급심에서도 이를 이유로 개명 신청을 불허한 사례가 확인된다. 대구지방법원은 집행유예 사실을 은폐해 제한을 회피할 위험이 있고 개명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가정법원 역시 개명 신청 이후 추가 범행으로 구속된 사안에서 “현 단계에서 개명을 허가할 경우 동일성 인식에 혼란을 초래해 형사 절차 집행에 막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며 항고를 기각했다.

 

이처럼 법원은 개명 신청의 형식적 가능성보다 형사 절차의 안정성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형 집행 단계에 있는 경우 신원 관리 필요성이 크게 작용한다.

 

다만 집행유예 기간이나 누범기간만으로 개명이 일률적으로 제한되지는 않는다. 관련 법령에 명시적 금지 규정은 없으며 개명 허가는 가정법원의 재량에 따라 이뤄진다.

 

결국 개명 허가 여부는 사유의 타당성과 남용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범죄와 무관한 사유가 인정되고 사회생활상 필요성이 확인될 경우 허가 가능성이 검토된다.

 

반면 신청 시점이 형사 절차와 맞물려 있거나 전과 사실을 감추려는 의도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허가가 쉽지 않다.

 

한 현직 법무사는 “형사 이력과의 관련성이 의심되는 경우 심사가 상당히 엄격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수용자의 개명 문제는 성명권 보장과 형사 사법 질서 유지라는 공익이 맞물린 영역이다. 법조계에서는 개별 사안마다 판단이 달라지는 만큼 보다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소망 기자 somang@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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