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린이 복실이 (경북북부 3교도소)

  • 등록 2025.05.02 16: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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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이곳에 들어왔다. 들어와 일주일 동안 나와 같은 교린이(첫 징역) 처지인 사람들과 신입 방에서 생활했다. 그곳에서 매일 밤마다 우는 아저씨가 말했다.


“여긴 신입 방이어서 곧 본방으로 갈 거야. 거긴 흉악범들밖에 없을 거야….”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얼굴은 아저씨가 제일 흉악범인데….’


일주일 내내 새벽마다 아저씨는 흐느꼈고, 난 잠에서 깰 때마다 흐느끼는 아저씨 얼굴을 보며 흐느꼈다.


‘이런 아저씨랑 같이 살아야… 해? 정말 내 인생…’


절망의 일주일이 지나고 아저씨와 서로 다른 본방에 배치받았다. 절망핑 아저씨는 나와 헤어진다고 다시 한번 흐느꼈다.


“흑… 흑… 근데 소시지는 내가 가져가도 돼? 내가 소시지 없으면 밥을 못 먹어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 단 하나도 사지 않았으면서… 눈물에 호소하는 무자본 M&A라니…나는 모든 먹을 것들을 절망핑 아저씨에게 주고, 식판과 모포만 챙겨 본방으로 갔다.


처음 들어간 본방은 답답한 느낌이었다. 신입 방에 비해, 짐들이나 생필품이 곳곳에 가득 차 있었다.
방문이 닫히고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걸었다. (A 아저씨라 칭하겠습니다.)


“우리 조카, 자기소개 한 번 해볼까?”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그동안 영화에서 봤던 교도소 신고식 이미지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최대한 이 상황이 익숙한 척하면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 98년생이고, 키는 176cm 정도에 몸무게는 78kg…. 발 사이즈는….”


성심성의껏 진짜 자기소개를 하던 중 A 아저씨가 내 말을 끊으며 이야기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왜 들어왔어?”


“예?”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아, 일단 웃었다. 그랬더니 A 아저씨는 ‘세상에 뭐 이런 놈이 다 있지?’를 표정으로 말하며 입고 있던 윗옷을 벗었다.

 

알록달록 이레즈미 문신이 있었다. 특히 어깨에 있는 도깨비 문신이랑 계속 눈이 마주쳤다. 도깨비와 아이 컨택을 하며 아이 엠 그라운드 게임을 계속 이어나갔다.


“전 사기 방조로 처음 들어왔고, 잘 부탁드립니다….”


A 아저씨는 갑자기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묻지 마 미소 폭행을 당한… 그 순간 깨달았다.
A 아저씨의 덧니도 노랗고, 명찰도 노랗다는 것을. A 아저씨는 말했다.


“야! 정리 도와줘. 귀염둥이 막둥이 왔으니까.”


옆에 남루해 보이는 30대 형이 빠르게 다가와 내 식판과 모포를 정리해줬다. 그러면서 말했다.


“식판쓰~”


A 아저씨가 듣자마자 소리쳤다.


“야! 너 말끝마다 쓰쓰 거리지 말라 했지!”
“그, 그그그게…. 제가 습습습관이라 죄송합니다.”
“하, 진짜 하지 마라.”


정말 금방이라도 때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A 아저씨는 상을 중앙으로 밀면서 말했다.


“야! 됐고 일단 밥이나 세팅해.”


A 아저씨를 제외하고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상 위에 신문지를 깔고, 휴지를 깔고. A 아저씨는 30대 형에게 말했다.


“싱크대에서 참치 꺼내 와.”


30대 형은 그 말을 듣고 나지막이 혼잣말을 했다.


“참치쓰~”


그렇게 교린이의 본방 첫째 날이 흘러가고있었다.

 


○○○교

채수범 기자 cotnqja1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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