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바라지 카페로 위장한 ‘교정카페’… 변협, 조직적 ‘변호사 알선’ 조사

  • 등록 2025.05.07 16: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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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운영자 ‘법학도사’로 바뀐 후
특정 로펌 변호사·광고 알선 정황
변호사법 제34조·24조 위반 소지

수용자 가족 간 정보공유를 표방한 ‘교정카페’가 특정 법무법인의 광고와 불법 알선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정황을 지난 1월 <더시사법률>이 보도한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해당 카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해당 카페를 대상으로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일명 ‘옥바라지 카페’로 불리는 해당 카페는 카페 운영자와 로펌 간 유착 구조, 가짜 출판물 반입, 수발업체 광고 등 복합적인 위법성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교정카페’는 변호사들이 단순한 배너 광고에 그치는 유사 옥바라지 카페들과 달리, 운영 방식부터 수용자 가족을 위한 공간과는 거리가 있었다. 해당 카페는 2023년 10월까지 ‘금산부동산’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로 운영되다가, ‘법학도사’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인물이 운영권을 넘겨받은 이후 수용자 가족 회원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어 2024년 9월부터는 법무법인 A 소속 사무장 여러 명이 본격적으로 카페 활동에 참여하면서, 카페 내 A로펌 광고가 시작됐고 게시판과 상담 구조가 로펌 중심으로 개편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당 카페가 특정한 목적을 지니고 운영됐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같은 시기인 23년 10월 형사 사건 중심의 또 다른 대형 커뮤니티 ‘형사카페’(회원 수 약 6만 명) 역시 기존 ‘포켓몬스터’라는 이름의 일반 커뮤니티에서 ‘법학도사’ 운영자로 변경된 1년 뒤 A로펌 소속 사무장들의 활동이 급격히 늘어났다.


두 카페 모두 ‘법학도사’라는 동일 인물이 운영권을 인수한 뒤 1년 내에 법무법인 A가 본격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에서, 운영자와 로펌 간에 조직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유착 구조가 의심된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옥바라지 카페로 위장 조직적인 알선 혐의


조사가 시작되기 전, 교정카페 내부에는 ‘변호사 무료상담’이라는 카테고리가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회원이 게시판에 상담 글을 남기면 카페에서 활동하는 옥바라지 회원 중 지정된 운영진이 해당 글과 회원의 개인정보를 A로펌 사무장에게 전달하고, 이후 사무장이 직접 전화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특정 로펌으로의 연결을 유도하는 구조로, 변호사법 제34조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상담 과정에서 소비자를 협박하거나 경쟁 로펌을 비방하고,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는 변호사법 제24조(품위 유지 의무) 및 대한변협 광고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시사법률>이 확보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A로펌 소속 사무장 B 씨는 회원에게 “사무장인 내가 1차 필터링을 하는데 구속될 수 있는 사건”이라며 불안감을 조성한 뒤, “다른 변호사들은 자문료만 800만 원 받는 양아치들”이라고 말하며 경쟁 변호사를 비하했다.

 

그는 “부장검사, 부장판사가 뭔지 아느냐? 우리 로펌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고 강조하며 선임 비용으로 2천만 원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카페를 통해 상담이 들어오면 선임료를 할인해준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을 느끼는 회원에겐 “서울대 출신 형사 전문 변호사 000는 1천만 원”이라고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유도했다. 현재 이에 따라 일부 회원들은 실제로 A로펌을 선임했으며, 이후 카페 내에 이를 인증하는 글이 올라오자 이른바 ‘바람잡이’ 회원들이 댓글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출력물을 ISBN 등록해 ‘정기간행물’로 둔갑… 교정시설 반입


 


<더시사법률>이 엘박스(LBOX) 형사 판례 검색 시스템을 통해 B 사무장이 언급한 변호사들 중 한 명의 최근 형사 사건 8건을 선고일 순으로 확인한 결과, 단 1건을 제외하고 다수의 사건에서 실형 선고가 내려졌으며, 의뢰인이 기대할 만한 두드러진 감형이나 무죄 판결은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성과 실력이 입증되지 않은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게 되는 데는 수용자 가족의 절박한 심리 상태가 작용한다. 가족이 갑자기 구속되면, 변호사의 이력이나 실력을 검증할 여유조차 없는 상태에서 상담을 받게 되고,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카페의 회원이었던 한 수용자 가족은 <더시사법률>에 “가족이 구속되면 정신이 없고 그냥 분위기에 끌려가게 된다”며 “부장판사 출신, 서울대 출신이라는 말만 듣고 신뢰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발업체가 ‘쇼핑몰’로 위장해 광고


또한 ‘교정카페’에는 A 로펌 외에도, 교정시설 내 수용자를 상대로 피해를 유발하고 있는 수발업체의 광고가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수발업체는 ‘수용자 가족을 위한 쇼핑몰 빅헬프’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현재 일부 수발업체는 수용자에게 ‘금전을 지급받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되고 있으며, 금전 사기뿐만 아니라 마약, 담배, 음란서적을 수용자에게 반입하고, 스포츠토토 대리 베팅 등 도박 사업까지 확장해 교정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교정카페’ 회원들 중 상당수는 ‘빅헬프’가 수발업체인 줄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교정시설 내부에서 제재 중인 업체가 사실상 수용자들의 가족 6만 명이 모인 카페를 통해 우회적으로 광고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정행정 침해 가능성도 제기된다.


출력물에 스티커 붙여 ‘간행물’로 위장


이외에도 ‘교정카페’는 국제 표준 도서 번호(ISBN)가 부여되지 않아 단순 출력물에 불과한 ‘반성문·탄원서 샘플 책자’를 겉표지에 스티커를 부착해 정식 간행물처럼 위장해 전국 교정시설 54개소에 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식 간행물이 아닌 이 책자는 일부 교정시설에서 반입이 거절되자, A 로펌 소속 사무장이 해당 책자를 ISBN(국제표준도서번호) 등록과 바코드 부착을 통해 정가 5만 원의 출판물로 신고한 뒤 정기간행물로 등록해 반입 규정을 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책자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조건이 따랐다. △ 교정본부에 정보공개를 통한 식단표 제공 △ A 로펌 선임 △ 수발업체 ‘빅헬프’를 통한 유료 구매 등이다. 특히 수발업체인 빅헬프는 카페 게시판에 “도서정가제를 지키지 않으면 책장사를 못 할 수 있다”며, 정가 5만 원 중 10% 할인된 4만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사정을 호소하는 글을 직접 게시했다.

 

<더시사법률>이 해당 책자를 입수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문의한 결과, “이 책은 대통령령이 정한 간행물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으며, 도서정가제 위반 여부를 따질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며 “교정시설에 정기간행물로 반입될 수 없는 책”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수발업체 ‘빅헬프’는 단순한 샘플 출력물에 불과한 책자를 ‘정식 도서’인 것처럼 둔갑시켜 수용자 가족들에게 판매하며 사실상 기망에 가까운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페회원 알선 구조에 무의식적 관여


결국 ‘법학도사’라는 운영자를 중심으로, A 로펌과 일부 수용자 가족, 수발업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불법 광고, 알선, 가짜 유료 책자 반입 등 다양한 방식의 이익 구조가 형성되고 있었다.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해당 카페는 변호사법상 불법 알선 행위와 대한변협 광고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정황이 있다”며 “카페 운영자가 복수의 유사 카페를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알선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순수한 옥바라지 카페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운영진은 일부 수용자 가족들에게 ‘스태프’ 역할을 맡기고 있지만, 이들이 법 위반 여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알선 구조에 관여하게 되는 점도 문제”라며 “수사가 시작되면 카페 회원인 수용자 가족들까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문제의 책자와 관련해서도 “반성문이나 탄원서를 참고하려는 수용자의 필요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책자 제공 조건에 ‘교정본부 정보공개 청구’와 A 로펌 선임이 포함된 점, 그리고 간행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책이 ISBN 등록과 바코드가 찍힌 스티커 부착만으로 교정시설에 반입되는 구조는 명백한 악용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정본부는 수발업체가 유해 간행물을 반입하려는 시도에는 제재를 가하면서도, 바코드만 있으면 통과되는 위장 간행물에 대해서는 제도적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면서 “악용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해당 책자의 유통·반입 경로와 위법 여부에 대해 교정당국이 실태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예준 기자 cotn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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