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는 “몰랐다”는 사실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 등록 2025.05.14 16:38:20
크게보기

단순 진술 아닌 인식 가능성 기준
정황과 객관적 자료 종합 검토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이 ‘몰랐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매우 많다.

 

실제로 불법적인 일에 가담할 의도가 없었던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제기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의 인식을 단순히 본인의 진술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당시 상황에서 불법 행위에 연루될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결국 재판에서는 피고인의 말뿐 아니라 당시 정황과 객관적인 자료가 함께 검토된다.

 

이와 관련해 자금 세탁 사건에서는 “자금 출처를 몰랐다”거나 “정상적인 거래로 들었다”는 취지의 주장이 반복된다. 그러나 현실의 재판에서는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무죄가 쉽게 인정되기 어렵다.

 

물론 불법성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행 과정에서 불법성을 명확히 알리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 거래처럼 보이도록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정만으로 모두 무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만약 단순한 인식 부인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있다면, 자금 세탁 범죄를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이 최소한 의심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무죄를 주장하려면 단순한 부인을 넘어서야 한다. 판사가 의심할 수 있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짚어 반박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몰랐다”거나 “공범 진술 외에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만으로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이처럼 무죄 판단은 단순한 인식 여부를 넘어 사건 전체의 구조와 정황 속에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함께 고려되는 요소가 바로 피해자에 대한 태도다.

 

사건의 성격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그 피해를 외면한 채 책임을 전면 부정하는 태도는 재판부 판단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형사재판은 단순한 책임 유무 판단을 넘어 피해 회복과 책임 있는 대응 여부도 함께 고려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과 별개로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 회복 노력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초기 대응에서 무죄 가능성만을 전제로 판단할 경우 이후 합의나 피해 회복의 기회를 스스로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을 통해 충분히 다투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그러한 주장 역시 법원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체화되어야 하며 단순한 부인만으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결국 형사사건에서는 하나의 주장에만 의존하기보다 사실관계와 증거를 토대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억울함이 있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로 다투되 동시에 피해 회복과 책임 있는 태도 역시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곽준호 변호사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