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비 처우급 수형자라도 가족 안부 확인을 위한 전화 통화 신청을 불허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교도소 내 수용자의 통화권 제한 범위를 둘러싼 첫 판례로 주목된다.
29일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중)는 A씨가 광주교도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전화 통화 불허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교도소 측이 지난해 8월 내린 통화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중경비 처우급 수형자로, 2024년 8월 21일 수용관리팀장에게 어머니의 수술 경과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통화를 신청했다. 그러나 교도소 측은 “가족 사망 등 중대한 사유가 아니므로 허가할 수 없다”며 신청을 거부했다.
당시 관련 규정상 중경비 수형자는 ‘처우상 특히 필요한 경우’에만 통화가 허용됐다.
교도소 측은 행정소송에서 “전화 통화는 교정시설 소장의 허가에 따른 혜택일 뿐 권리가 아니며, A씨는 이미 접견을 통해 어머니 안부를 확인했다. 통화 횟수 제한으로 이번 달 회복도 불가능하다”며 소송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형집행법 제4조가 규정한 수용자의 인권 최대 존중 원칙과 헌법상 기본권인 가족 접견교통권을 근거로, 고령의 모친이 수술 중인 상황에서 통화까지 제한한 것은 과도하다”며 “원고의 신청이 반복적이거나 불필요한 통화가 아니며, 불허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교도소 주장을 기각했다.
또한 행정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단순히 원상회복이 어려워도 향후 동일한 사유로 통화 제한이 반복될 위험이 존재할 경우 수용자의 권리보장과 교정행정 적법성 확보를 위해 여전히 소송 이익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2007두19297, 2020두30450 등)와 동일한 취지로 해석했다.
재판부는 형집행법 제44조 제1항과 시행규칙 제25조를 근거로,전화통화는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헌법상 보장되는 접견교통권을 구체화한 법익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교도소장이 수용자의 전화통화 신청을 거부한 행위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법무부는 2023년 9월부터 중경비 수형자의 전화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전에는 월 5회까지 허용되던 통화 횟수가, 가족 사망 등 예외적 사유가 아닌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수형자의 전화 통화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입법 필요성을 법무부에 권고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교정시설 내 수형자의 통화권 제한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향후 수용자 인권과 교정 행정 운영 간 균형을 논의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