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비 처우급 수형자라고 하더라도, 수감 도중 노모의 수술 경과를 확인하고 싶다며 전화통화를 신청했다가 불허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중)는 A씨가 광주교도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전화 통화 불허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교도소 측이 지난해 8월 A씨에게 내린 통화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당시 A씨는 도주 우려가 높다고 판단되는 ‘중경비 처우급(S4)’ 수형자였다.
A씨는 교도소 수용관리팀장에게 '어머니의 수술 경과를 확인하는 안부 차, 전화통화를 하고 싶다'고 구두 신청했지만 불허됐다. 교도소 측은 '전화통화 신청 사유가 가족의 사망 등과 같이 중하지 않다'며 통화를 허용하지 않았다.
현행 법령에 따라 중경비 처우 수형자는 관련 규정상 '처우상 특히 필요한 경우'에만 전화 통화가 가능하다.
A씨의 행정소송 제기에 교도소 측은 “수형자의 전화 통화는 교정시설의 허가에 따른 혜택일 뿐 권리가 아니다"며 "해당 수용자는 어머니의 수술 후 접견을 해서 안부를 확인했었다.
중경비 처우급 수형자의 전화통화는 매달 2회이기에 처분 취소로 얻을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형집행법은 수형자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경비 처우 수형자라 하더라도 고령의 모친이 수술을 받은 상황에서 통화조차 불허한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가족 접견·교통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또 “A씨가 현재는 다른 교도소로 이감됐지만, 유사한 사유로 전화가 불허될 위험성이 존재한다”며 소송 이익도 인정했다.
교도소 측은 A씨의 통화 신청이 반복적이거나 불필요한 내용이었다는 점도 입증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형집행법 시행규칙에 따른 불허 사유가 없고, 원고가 전화권을 남용했다고 볼 정황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무부는 2023년 9월부터 중경비 수형자의 전화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이전에는 월 5회까지 허용되던 통화 횟수는 ‘가족 사망 등 예외적 사유’가 아니면 전화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수형자의 전화 통화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며 법무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해당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교정시설 내 수형자의 통화권 제한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