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녹음한 교사 발언, 증거 인정 안돼…대법 ‘무죄' 확정

  • 등록 2025.06.05 13: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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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를 의심해 자녀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발언을 녹음한 경우 해당 발언은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박영재 대법관)는 5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였던 A씨는 수업 중 전학 온 아동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1·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갔다만 했나 보다” 등 발언을 해 총 16차례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을 몰래 녹음했고 이를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제출했다.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은 일부 혐의만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몰래 녹음한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해 통신비밀보호법상 증거능력이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 2월 “녹음파일을 토대로 한 A씨 및 아동 부모의 진술과 상담 내용 역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대법원 선고를 앞둔 주호민씨 사건 역시 이번 판결과 마찬가지로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주호민씨의 자녀를 맡았던 특수교사 B씨는 2022년 9월 당시 9세였던 주씨의 아들에게 정서적 학대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해당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벌금 2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했지만, 2심은 해당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대화의 녹취록’에 해당한다며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아동학대에 대한 부모의 문제의식과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형사재판에서는 증거 수집 과정의 적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판결은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수집된 녹음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녹음파일뿐 아니라 이를 전제로 한 진술이나 상담 내용까지 2차적 증거로 배제된 점은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향후 유사 사건에서는 즉각적인 신고나 교육청 민원 제기, 공개된 상황에서의 발언 확보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설아 기자 seolla@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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