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로 마세라티를 몰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20대 연인을 치어 사상케 하고 도주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7년 6개월로 감형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김일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3)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계산된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 개시 시점부터의 알코올 분해 정도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지인에게 도피를 부탁한 행위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로 볼 여지가 있다”며 범인도피교사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24일 오전 3시 11분경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 마세라티를 몰다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퇴근 중이던 20대 오토바이 운전자는 전치 24주의 중상을 입었고, 뒷자리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는 숨졌다.
사고 당시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50㎞였으나 피해자들이 정속 주행하던 반면 A씨는 시속 128㎞로 과속하다가 추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A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0.093%로 추산했다.
사고 직후 A씨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광주에서 대전으로 이동한 뒤 인천국제공항 등을 배회하며 해외 도피를 시도했으나 이틀 만에 서울 역삼동 유흥가에서 긴급 체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시속 128㎞로 운전하다 사고를 냈고 참혹한 결과에도 구호 조치 없이 도주했다”며 “해외 도피까지 시도한 점을 고려하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음주운전과 범인도피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점과 피해자 측과의 합의 등을 종합해도 양형기준상 가장 중한 형을 선고한다”며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 이유로 밝혔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 변호사는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 측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기 위한 계산 방식으로, 체중·성별·음주량·경과 시간 등을 전제로 한다”며 “전제가 불명확하거나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범인도피교사 무죄 판단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자신의 도피를 지인에게 요청하는 행위는 통상 방어권 행사 범주에 속해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다만 타인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하는 등 방어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범인도피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