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권운동가이자 대통령이었던 고(故) 넬슨 만델라의 이 말은, 서울남부교도소 내 ‘만델라 소년학교’의 교훈이다.
법무부가 지난 2023년 3월 정식 개소한 ‘만델라 소년학교’는 국내 유일의 소년수 전담 교정교육기관으로, 형이 확정된 만 17세 이하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단순한 수형생활이 아닌, 검정고시와 대학 진학 준비 등 맞춤형 교육을 통해 사회 복귀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가난과 인종차별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가 결국 변호사, 대통령에 오른 넬슨 만델라의 삶에서 이름을 땄다.
설립 취지는 학업을 중단했던 소년 수형자들에게 교육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교정 효과를 높이고, 출소 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를 통해 범죄 재발을 줄이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소년수 전담 수용 공간인 만큼 성인 수형자와는 생활 전반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심리적 안정과 교정 효과 모두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학교의 수용 대상은 형 확정 당시 17세 이하인 모든 소년 수형자이며, 별도의 학업 성취도나 범죄 유형에 따라 선발 기준이 차등되지는 않는다.
연간 입학생 수는 해당 연령의 실형 확정자 수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운영 중인 교육 프로그램은 △검정고시 대비반 △대학진학준비반 두 축으로 구성된다. 검정고시반은 초·중·고 학력을 취득하지 못한 수형자들이 중졸, 고졸 학력을 획득하도록 돕는다.
대학진학준비반은 수능 과목 중심의 맞춤형 수업을 통해 고등교육 진입을 지원한다.
학생들은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등 교과 수업을 듣는다. 수업은 대학생 강사가 맡고, 밤 9시까지는 자율학습 시간이 이어진다.
실제 교육 성과도 뚜렷하다. 2023년에는 46명 응시자 중 42명이 합격(합격률 91.3%)했고, 2024년과 2025년 1차 시험에서는 각각 58명, 25명 전원이 합격해 100%의 성과를 냈다.
수능에서도 한국사 1등급자 2명, 영어 1등급 1명, 수학 3~4등급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이 확인됐다. 이는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출제 범위를 학습하면서 얻은 결과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3년 만델라 소년학교 내에 공식 수능 시험장을 설치했다.
이는 교도소 안에 마련된 최초의 정식 시험장이자, ‘서울 구로구 제13지구 제6시험장’이라는 명칭이 붙었으며 수능 응시 수수료는 전액 교육청이 지원한다.
단지 학업에 그치지 않는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정서적 회복과 교화도 병행한다.
대표적으로 연 2회 ‘피해자 공감 교육’이 정기 운영되고, 필요 시 심층 심리 상담도 진행된다. 예체능 프로그램도 활성화되어 있다. 바이올린 등 예체능 교육은 외부 전문가가 주 1회 방문해 지도하며, 모든 교육생이 반드시 참여한다.
만델라 소년학교 졸업자의 사회복귀율, 재범률에 관한 공식 통계는 현재 작성되지 않고 있지만, 법무부는 교육의 효과가 시간이 지나야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중장기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외부의 민간 협력도 활발하다. 지역사회 단체들은 교재와 학습 물품 등을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으며,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민간 강사진이 대부분의 수업을 담당한다.
특히 학력 취득뿐만 아니라 심리 회복과 문화 향유를 위한 프로그램이 강화되고 있어 단기적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 교정 효과도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소년수형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라며 “만델라 소년학교는 그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자, 국가 책임 하의 청소년 교육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