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증거는, 이미 기록 속에 있었다

  • 등록 2025.06.23 17: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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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주장은 ‘항소 기각’으로 이어져
새 증거 없다면 전략을 바꿀 필요도
검토된 기존 증거 면밀히 살펴야...
실마리 찾는 것은 변호사의 몫

 

항소심에서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증거는 반드시 1심 기록 외부에서 추가로 확보한 물적 자료나 진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제출된 증거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거나, 기록 속에서 간과된 정황을 새롭게 특정하는 것 역시 항소심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무상 문제되는 것은 ‘새로운 증거’의 범위다. 대법원은 항소심에서의 증거조사와 사실인정에 관해, 원심이 채택·조사한 증거라 하더라도 그 평가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면 이를 시정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증인의 진술 신빙성 판단은 경험칙과 논리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중요한 부분에서 진술이 번복되거나 객관적 자료와 배치되는 경우에는 그 신빙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1심에 출석한 증인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증인이 거짓말을 한 경우, 항소심에서 다시 불러 다투어서 원심 법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점을 밝혀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새로운 증거’가 되고 무죄를 받는 단초가 될 수 있다.

 

한 사기 사건에서 이러한 쟁점이 부각된 바 있다. 피고인은 다수의 계(契)를 운영하면서 금원을 교부받았고, 일부 반환이 지연되자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전반적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거래 구조가 복잡해 일부 금원의 성격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

 

항소심에서는 외부의 신규 자료가 제출된 것은 아니었다. 대신 수사기관 진술서와 1심 법정 증언을 대조한 결과, 고소인의 진술 내용 중 일부 표현과 사실관계가 달라진 부분이 특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이유로 증인신문을 다시 허용했고, 진술의 일관성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또한 계좌 거래내역에 기재된 ‘비고’란의 표기 방식이 문제됐다. 특정 거래들에만 별도의 표시가 존재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해당 거래의 성격을 둘러싼 해석 가능성이 제기됐다. 1심은 이를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자료로 보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오히려 표시의 차이가 거래 구분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개별 거래의 구체적 경위와 자금 흐름, 진술의 일관성 및 객관적 자료와의 부합 여부를 종합해 판단했다. 그 결과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형을 감경했다.

 

이 사례는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가 반드시 외부에서 추가 확보한 자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미 제출된 증거라 하더라도 그 의미와 구조를 재분석함으로써 사실인정의 전제가 달라질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다. 항소심은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되, 증거의 평가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될 경우 이를 다시 살펴볼 책무가 있다. 기록 속에 존재하는 자료라 하더라도, 그 해석과 연결 방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항소심 심리는 단순한 절차적 반복이 아니라 실질적 재검토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곽준호 변호사 soon@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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