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상속은 사망과 동시에 개시…등기 없어도 분양권 성립”

  • 등록 2025.06.30 10: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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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상속인이 조례상 권리산정기준일(2003년 12월 30일)을 넘겨 상속 등기를 마쳤더라도 해당 지분을 매수한 사람은 재개발사업에서 단독 분양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속 등기는 소급 호력이 있어 상속 개시 시점부터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A씨 등 4명이 B주택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비구역 내 토지를 소유하던 C씨가 1980년 사망하자 자녀 6명은 2005년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거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이후 A씨 등은 같은 해 C씨 자녀들로부터 해당 토지 지분을 매수하거나 증여받아 등기를 완료했다.

 

A씨 등은 각자 단독 분양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조합은 이들을 1인의 분양 대상자로 간주해 주택 1채만 배정했다. 이에 A씨 등은 자신들의 분양 자격을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이들이 이른바 ‘지분 쪼개기 방지 규정’의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구 서울특별시 도시정비조례는 공유 지분자가 1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권리산정기준일 전부터 90㎡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기준일 이후 등기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상속 개시 시점인 1980년부터 실질적으로 공유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2심은 ‘지분 쪼개기’ 목적도 없고, 기준일 전 등기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공동 분양 대상으로 보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90㎡ 이상 지분을 매수한 2명은 단독 분양 자격이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2명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제외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상속은 사망과 동시에 개시되고 상속재산 분할의 효력은 소급된다”며 “등기 여부와 관계없이 상속인은 기준일 이전부터 해당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지분 쪼개기 목적이 없는 한 90㎡ 이상 지분을 취득한 자는 독립된 분양 대상자가 될 수 있다”며 그 목적의 존재 여부는 조합 등 사업 시행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등기 여부만으로 분양 자격을 일률적으로 제한해 온 조합 실무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상속으로 인한 공유관계는 형식적 등기 시점보다 실질적인 소유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지분 매수 과정에서 투기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여전히 분쟁 소지가 될 수 있다”며 “조합과 분쟁을 피하려면 상속 경위, 취득 시점, 면적 요건 충족 여부 등을 입증할 자료를 사전에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보라 기자 violet0218@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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