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하나에도 진심 100%”… 형사 전문 배희정 변호사 인터뷰

  • 등록 2025.07.16 17: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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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퍼포먼스보다 중요한 건
재판부를 설득하는 근거입니다

Q. 오늘 배희정 변호사님을 모셨습니다! 두 번째 인터뷰지만 아직 얼굴도 이름도 처음 보는 독자분들을 위해! 한 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사건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는, 법률사무소 로유의 대표 변호사 배희정입니다. 얼굴을 모르시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가끔 광고에 나오는 사람이 저인지 궁금해하는 구독자분들이 계신데 포토샵이 조금 도와주긴 했지만 저 맞습니다. 하하.

 

Q. 변호사님은 아직 미혼이시라고 들었습니다. 혹시 일이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으신 건가요, 아니면 아직 좋은 인연을 못 만나신 걸까요? 이상형도 궁금합니다.

 

A. 사건이 너무 예측 불가능하다 보니, 연애할 시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네요. 제 일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연애는 뒤로 밀리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연애도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라, 언젠가는 타이밍이 오겠지만 지금은 의뢰인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일이 제일 흥미롭고 보람찬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상형을 물어보셔서 잠시 생각해봤는데, 한마디로 정리하면… 가을 운동회 같은 남자? 밝고 명랑하며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Q. 형사와 이혼, 둘 다 전문으로 하시다 보면 형사 사건 도중에 이혼 사건으로 전환되거나, 반대 경우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사건 있으신가요?

 

A. 그런 사례는 제법 많아요.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는, 의뢰인이자 피고인이었던 남편의 가정폭력 혐의로 시작된 형사 사건이 나중엔 이혼과 양육권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경우였어요. 남편분이 모든 걸 포기한 상태라 상황을 지켜볼 수 없던 어머님이 저를 선임하셨죠. 처음엔 남편분과의 대화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설득을 이어가며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니, 아내가 이혼을 유도할 목적으로 남편에게 막말을 하고, 고의적으로 폭력을 유발한 정황이 드러났고, 바람까지 피운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이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한 끝에, 가정법원에서 불처분 결정을 받아 의뢰인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했습니다.

 

의뢰인의 억울함을 밝혀내고 끝까지 함께 싸우다 보니, 점차 자신을 지켜내는 힘도 회복하셨고요. 결국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그분이 친구 일로 상담을 요청하셨는데, 자녀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고, 새로운 사랑도 만나셨더라고요. 단순한 ‘사건 처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회복되는 과정에 함께했다는 점에서, 저에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 사건입니다.

 

Q. 어떻게 의뢰인에게 다가가시고 사건에 임하시는지요?

 

A. 사건은 ‘사건 번호’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잖아요? 저는 의뢰인을 처음 만나면 많이 듣고, 공감하고, 그다음에 전략을 짜는 편입니다. 사건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 변호사가 정말 내 편이다’라고 믿는 신뢰도 중요하거든요.

 

그런 믿음이 쌓이면, 의뢰인도 끝까지 함께 싸워주십니다. ‘의뢰인과 나는 한 팀’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요. 의뢰인이 뜻이 있고 싸워볼 만한 부분이 있다면 저는 어떤 사건이든 물러서지 않습니다.

 

Q.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예상과 달리 사실관계가 뒤바뀌거나, 방어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것 같습니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A. 얼마 전 수임한 사건 중 하나는 의뢰인의 증언이 거의 유일한 증거였던 사안이었습니다. 의뢰인의 진술을 신뢰하고 사건을 맡았는데, 조사와 재판을 거치며 사실관계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뻔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감정적으로 동요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냉정하게 사건을 재정비하는 데 집중합니다. 변호사는 감정이 아니라 사실과 논리로 판단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이미 제출한 서면과 조서가 있는 상황에서 전략을 수정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다시 처음부터 사건 기록을 정독하고, 수많은 판례 중 유사 사례를 찾아 재구성해 나갔습니다.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사건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Q. 매번 결과가 좋을 수만은 없죠. 1심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때 마음이 어떠신지요?

 

A. 저와 상담하신 분들은 대개 제가 “솔직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상담 초기부터 현실적으로 설명드리다 보니, 결과가 크게 빗나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정말 가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지?” 하는 생각에 속상하고, 주말 내내 잠을 못 이루기도 합니다.

 

그래도 의뢰인보다 제가 더 낙심해선 안 되니까, 결과에 매몰되기보다는 그 순간부터 다음 단계를 빠르게 준비합니다. 항소를 염두에 두고 늘 플랜 B를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순간, 비로소 “해냈다”는 보람이 밀려옵니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책임감과 성취감이 제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Q. 얼마 전 재판 방청을 갔을 때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재판부가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안내했는데도, 한 변호사님이 계속 목소리를 높이며 주장을 이어가시더라고요. 의뢰인 입장에서는 든든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법정 분위기가 냉각되기도 하잖아요. 배 변호사님은 법정에서 분위기를 읽고,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전략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하하. 흔치 않은 장면을 보셨네요. 때론 침묵이 더 강할 때도 있고, 한마디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순간도 있죠. 하지만, 재판은 결국 서면 싸움입니다.

 

결국 말보다 글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과정입니다. 법정에서 오가는 진술도 중요하지만, 판사님의 판단은 결국 제출된 서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요. 법정의 분위기를 읽는 것은 재판부의 생각을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재판부의 표정, 말투, 질문의 방향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그 흐름에 맞춰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재판장에서 자신의 말을 대신해주면 ‘유능한 변호사다’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유능해 보이는 변호사보다, 결과를 만드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Q. 앞으로도 위기에 처한 분들, 억울한 분들 곁에서 최선을 다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더 시사법률> 독자 여러분께 한마디 해주세요!

 

A. 법은 때로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누군가의 삶을 지켜내는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힘을 믿고, 앞으로도 여러분의 곁에서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지금 이 무더위 속에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지치지 않으시기를 바라며, 단 한 사람도 억울함 없이, 원하시는 길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이소망 기자 CCJ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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