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해 줄게”… 피의자에게 2억 받은 경찰, 첫 재판서 혐의 인정

  • 등록 2025.07.21 14: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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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무마 대가로 피의자에게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 간부가 첫 재판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의정부경찰서 소속 50대 정모 경위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정 경위와 함께 기소된 대출중개업자 A씨도 이날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검찰에 따르면 정 경위는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A씨에게 “사건을 전부 불기소로 처리해주겠다”며 총 2억원 이상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주소지를 정 경위의 관할 경찰서로 옮기자 정 경위는 관련 사건 16건을 불송치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확보한 메신저 내역에는 정 경위가 A씨에게 "무튼 오늘 돈 줘. 다 불기소해 버릴 테니까", "나 오늘 살려주면 내일 출근해서 ○○건은 불기소로 정리해 볼게", "하나는 약속할게. A씨 절대 구속은 안 되게 할 거야" 등 사건 처분을 언급한 내용이 담겼다.

 

정 경위는 이 과정에서 사건 기록을 유출하고 A씨가 조사를 받은 것처럼 허위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혐의도 받는다.

 

또 정 경위는 사건 기록에서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고소장과 A씨의 계좌 내역 등을 빼낸 뒤 3년간 캐비닛에 은닉했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A씨가 도주하자 관련 사건 4건을 수사 중지한 채 방치한 혐의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A씨에게 도피 자금 명목으로 3850달러(약 500만원)를 제공한 혐의도 제기됐다.

 

정 경위 측은 이날 재판에서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뇌물 중 일부 금액인 1500만원은 A씨가 피해자에게 송금한 돈이므로 수수액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서도 “A씨가 먼저 적극적으로 요청해 돈을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정 경위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며 다음 달 초 추가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경위 측은 새 사건과 이번 재판의 병합을 요청한 상태다.

이설아 기자 seolla@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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