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권 무시한 부활 등록’…공무원 손해배상 책임 인정한 대법

  • 등록 2025.07.23 09: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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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등록이 말소된 차량을 별다른 권리관계 확인 없이 ‘부활 등록’해 준 공무원의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저당권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저축은행이 과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저당권이 소멸되지 않았음에도 부주의하게 등록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저축은행이 실제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A저축은행은 2015~2016년 자동차 대여업체에 2억5800만여원을 대출하면서 채권 담보를 위해 해당 업체 소유 자동차 3대에 저당권을 설정했고, 또 다른 자동차 22대에 대해서는 법원의 가압류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폐업하면서 대여사업 등록이 취소됐고 이와 함께 저당권과 가압류가 설정된 차량들의 등록도 직권으로 말소됐다.

 

이후 2019년 이 차량들을 넘겨받은 성명불상자가 과천시에 신규 등록을 신청했고, 과천시 공무원은 저당권이나 가압류 해소를 입증하는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음에도 차량을 ‘부활 등록’ 처리했다. 이에 A저축은행은 저당권이 무력화돼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공무원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면서도 실제 손해 발생이나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자동차 등록이 말소되더라도 저당권자는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어 저당권의 효력은 유지된다”며 “새 소유자가 차량을 취득하면서 저당권이 사실상 상실된 것은 손해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가압류의 경우에는 등록 말소 시점에 효력이 소멸하므로 별도의 손해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담당 공무원의 과실로 저당권이 상실된 만큼 직무상 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된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자동차 등록 말소 이후에도 저당권의 효력이 당연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행정청이 권리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부활 등록을 한 경우 그로 인한 금융기관의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등록 행위 하나로 담보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등록 업무에도 상당한 주의의무가 요구된다는 메시지”라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담보권 보호 범위를 다시 확인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이설아 기자 seolla@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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