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용자도, 직원도 같은 식단을 먹고, 미술관에서 전시를 함께 봅니다. 출소 후에도 재범 없이 다시 찾아와 서로 안부를 나누는 사람들, 그것이 우리가 믿는 교정입니다”
국내 유일의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가 개청 15주년을 맞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최근 2년간 재범률이 5~7%대를 기록하는 등 회복적 처우에 기반한 실험적 교정 모델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더 시사법률은 소망교도소의 수용자 선발 기준, 생활 환경, 교정 성과 등을 취재했다.
25일 재단법인 아가페에 따르면 소망교도소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7조와 「민영교도소 등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설립된 민간 위탁 교정시설이다.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민영교도소 직원과 파견 공무원의 업무를 구분해 위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계약 체결 전에는 반드시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소망교도소는 1995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산하 추진위 구성에서 출발해, 2001년 재단 설립, 2003년 법무부와의 계약 체결, 2010년 정식 개청까지 15년 가까운 준비 과정을 거쳤다. 운영 예산은 국가가 1인당 수용경비의 90% 범위 내에서 지원하며, 법무부 소속 공무원이 상주해 위탁 계약 사항에 대한 승인 및 감독 업무를 수행한다.
입소 기준은 2범 이하이면서 형기 7년 이하, 잔여형기 1년 이상인 20~60세 미만 성인 남성이다. 조직폭력배나 마약사범은 제외된다.
수용자는 본인의 자발적 신청에 따라 법무부의 1차 심사를 통과한 뒤 소망교도소 측 면접을 거쳐, 다시 법무부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선발 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재신청은 불가능하다. 현재 정원은 400명이며, 매월 평균 20명 내외의 신입 수용자가 입소한다.
소망교도소는 자율이 주어지고 개방적인 환경 탓에 이를 ‘편한 곳’으로 오해하고 거짓으로 입소를 시도하는 일부 수용자들도 있으나, 엄연히 교화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교정시설로, 진심으로 변화하려는 이들만이 입소할 수 있다는 것이 재단 측 설명이다.
소망교도소의 수용생활은 오전 6시 기상 후 오전·오후에는 직업훈련과 회복 교육, 저녁에는 독서·종교·문화활동 등이 포함된 야간 교화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일과에 따라 작업장려금도 일반 교도소와 동일하게 지급된다.
직업훈련은 산업설비, 제과, 바리스타, 이미용 등이 있으며, 교도작업으로는 가죽공예, 금속공예, 타일아트, 코딩, 천막, 포장 작업장 등이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팜과 외부통근 프로그램도 도입됐다.

시설 운영에서 가장 주목받는 점은 ‘식당형 급식 시스템’이다. 일반 교도소와 달리 거실 내 식사가 아닌 공동 식당에서 전원이 식사함으로써 위생 수준을 높이고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직원과 자원봉사자도 수용자와 같은 식단을 함께 먹으며, 일상 속 인권 존중 문화를 실현하고 있다. 주요 복도에는 분기별 미술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가 마련되어 있어 예술 활동과 공동체 소통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교육 프로그램도 독창적이다. 신입 수용자 입소 시 기존 수용자와 직원들이 따뜻한 환영식을 열며 공동체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는다. 이후 3개월 집중 교육, 6개월간 예술·인문학 중심 프로그램, 출소 전 실질 교육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매주 화요일에는 외부 공연자가 참여하는 ‘화요문화 콘서트’가 열리고, 매일 밤 독서모임, 악기 수업, 신앙 훈련 등의 자발적 교화 활동이 이어진다.

특히 신입 교육 수료 시 가족이 참여하는 '아버지학교', 교도소 내 마련된 시설에서 가족과 1박을 함께 보내는 '가족만남의 집', 여름 캠프를 겸한 '가족사랑 캠프', 아동친화적 가족만남 시간 등 다양한 가족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월드비전의 후원을 통해 수용자와 가족 회복에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이 도입된 점도 주요한 특징이다.
또한 초기 입소자 중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직원과 매칭 상담을 진행하며, 출소 후에도 ‘홈커밍데이’ 등을 통해 지속적인 사회 적응을 지원받는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결과로 최근 2년간 재범률은 2023년 5.3%, 2024년 7.5%로 집계돼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의 교정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소망교도소는 개청 15주년을 기념해 국제적 교류 확대에도 나선다. 최근에는 브라질, 싱가포르, 에티오피아 등 해외 교정당국 관계자들이 방문해 시설을 견학하고 수용자들과 직접 교류하는 등 국제 방문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제1회 아가페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세상의 빛으로 신앙을 기반으로 한 회복적 교정’을 주제로, 세계 각국의 민영교정 전문가와 국내외 교정 관계자, 교회 지도자들이 참여할 예정이며, 향후에는 격년제 정례화를 추진 중이다.
회복적 정의 운동과 민영 교정의 국제적 흐름이 접목되는 가운데, 소망교도소의 모델이 국내외 유사 시설에 어떤 기준점을 제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