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 “결과보다 과정, 기록보다 신뢰를 남기고 싶습니다”

  • 등록 2025.07.30 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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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형사사건을 오랫동안 다뤄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형사사건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 곽준호입니다. 구속 사건을 포함해 형사 절차 전반의 사건들을 다뤄온 지 15년 정도 되었습니다.


Q. 딥페이크 영상이나 불법 촬영물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의 특징을 어떻게 보십니까?


A. 디지털 성범죄는 기존 성범죄와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피해의 지속성입니다. 물리적 범죄는 행위가 끝나면 피해도 일정 부분 종결되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영상이나 이미지가 한번 유포되면 완전한 삭제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피해자는 범죄 이후에도 언제 어디서 자신의 영상이 다시 유통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확산 속도와 범위도 문제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순식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퍼져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개입하기 전에 이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딥페이크의 경우 피해자가 실제로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범죄의 피해자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형태의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의 회복이 극히 어렵다는 점에서 사후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방과 피해 확산 차단에 더 많은 제도적 관심이 필요한 범죄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Q. 디지털 성범죄가 기존 성범죄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A. 실무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차이는 증거의 성격입니다. 기존 성범죄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디지털 성범죄는 영상이나 파일 자체가 증거로 남기 때문에 범죄 사실의 존재 자체를 다투기보다 유포 경위나 고의성 범위를 다투는 방향으로 쟁점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 과정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디지털 증거는 삭제되거나 변조될 가능성이 있어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포렌식 분석을 통해 유포 경로와 최초 유통 지점을 추적하는 과정이 수사의 핵심이 되고 이 과정에서 피의자 특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피해자 측면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기존 성범죄 피해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2차 피해가 주된 문제라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재판이 끝난 이후에도 영상이 계속 유통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법적 절차의 종결이 피해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 실무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Q. 디지털 성범죄 외에도 보이스피싱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거책 유형에 대한 최근 법원의 판단 흐름은 어떻게 보십니까?


A. 법원은 보이스피싱 수법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졌다는 점을 근거로 수거책에 대해서도 미필적 고의를 비교적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분명히 엄격해진 흐름입니다.

 

다만 수거책이라고 해서 모두 동일하게 판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범행 횟수와 기간 수거 금액의 규모 범죄 구조에 대한 인식 정도 등이 개별적으로 고려됩니다. 단 한 번 가담했고 범죄임을 알기 어려운 구체적인 사정이 있었다면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여전히 있습니다.

 

공탁 관련해서는 수거책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아 합의나 공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피해 금액 전체에 대한 공탁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공탁이 양형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공탁 여부보다는 사건 전체의 맥락과 피고인의 역할 범위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성하느냐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Q. 수거책 사건에서 단순 가담과 적극적 관여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법원이 양형을 판단할 때 어떤 요소를 중요하게 봅니까?


A.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범행 구조에 대한 인식 정도입니다. 단순히 심부름을 했다는 수준인지 아니면 자신이 가담하는 행위가 보이스피싱과 연관된 것임을 알고 있었는지가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 위에서 가담 횟수와 기간이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한두 차례 가담한 경우와 수십 차례 반복한 경우는 법원의 판단이 달라집니다. 반복적으로 가담했다는 것은 범죄 구조를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수거 금액의 규모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피해 금액이 클수록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수거한 금액 중 본인이 취한 이익이 얼마인지도 함께 살펴집니다.

 

범행 가담 경위도 고려됩니다. 생활고나 취업 사기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담하게 된 사정이 구체적으로 인정되면 책임 범위가 제한적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고 객관적인 사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Q. 보이스피싱과 디지털 성범죄 모두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회복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형사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제도적으로 어떤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두 범죄 유형 모두 사후 처벌만으로는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은 금융기관과 통신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상 거래 탐지와 의심 계좌에 대한 신속한 지급 정지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피해 확산을 막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영상 삭제와 유통 차단이 핵심입니다. 피해자가 직접 삭제를 요청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플랫폼이 불법 촬영물을 탐지하고 차단할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두 범죄 모두 재판이 끝난 이후에도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체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소망 기자 somang@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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