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피해자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몰래 공탁’ 등 사회적 논란이 제기돼온 공탁 관련 양형기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10년 넘게 그대로인 증권·금융범죄 권고형량 범위도 새로 검토할 방침이다.
양형위는 지난 11일 전체 회의에서 피해 회복 관련 양형인자를 정비하는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양형기준의 양형인자 중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할 예정이다.
공탁은 피해자가 나중에 수령할 수 있도록 법원에 금전을 맡기는 제도다. 그러나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감형만 노리고 ‘기습 공탁’, ‘도둑 공탁’을 한 뒤 선처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비판이 이어져 왔다.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은 채 법원에만 공탁금을 내고 감경받는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다.
양형위는 “‘공탁 포함’ 문구로 인해 공탁만 하면 당연히 감경되는 것처럼 오인될 우려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실질적 피해 회복의 정의 중 공탁에 대한 부분도 "공탁에 대한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를 포함한다)의 의견, 피고인이 법령상 공탁금을 회수하는 것이 가능하거나 회수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피해 법익의 성질 및 피해의 규모와 정도 등을 신중하게 조사, 판단한 결과 실질적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 경우만을 의미한다"로 변경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형위는 '구조 대상 범죄 피해'에 해당하는 범죄 군에서 국가로부터 구조금을 받더라도, 특별감경 인자인 실질적 피해 회복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법률 개정에 따른 법정형 상향 등을 반영해 증권·금융범죄 권고형량 범위도 새롭게 논의하기로 했다. 증권·금융범죄 양형기준은 2012년 설정된 이후 한 차례도 수정된 적이 없다.
개정안은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개정으로 확대된 구성요건을 반영해 △허위 재무제표 작성·공시 △감사보고서 허위 기재 △회계정보·감사조서 위·변조 전부를 양형기준 대상 범죄에 포함한다. 범죄 이득액 또는 회피 손실액을 기준으로 한 유형 분류 방식은 유지된다.
양형위는 향후 회의를 거쳐 권고 형량 범위와 양형인자 등을 확정한 뒤 내년 3월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