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흥가에 신종 마취 전자담배 유통…총책 도주

  • 등록 2025.08.13 13: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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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 전자담배에 마취 효과가 있는 전문의약품을 섞은 신종 마약을 강남 유흥업소에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부정의약품 제조·유통책 A씨(구속)와 밀수입책 B씨 등 10명을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총책인 프랑스 국적 남성과 미국 국적 여성 부부는 현재 태국으로 도주해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전문의약품인 에토미데이트와 프로폭세이트를 홍콩에서 밀수입한 뒤, 시중에서 판매되는 액상 전자담배와 혼합해 전자담배 카트리지 987개를 제조·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 유사한 전신마취 유도제이며, 프로폭세이트는 ‘물고기 마취제’로 알려진 전문의약품이다. 이 약물은 홍콩에서 ‘우주오일’(Space Oil)이라는 이름으로 전자담배 형태로 유통돼 사회적 문제가 됐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국내에도 처음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책들은 강남 유흥업소에 손님으로 위장해 출입하면서 종사자들에게 무료 샘플을 제공하며 판매를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이 아니다”, “검출되지 않는 약물이다”라며 안심시키고, 심지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거짓 정보까지 흘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한 유통책은 태국 방콕 공항에서 전자담배 카트리지 300개를 누군가에게 건넨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해외 판로 개척까지 시도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강남의 한 유흥업소 종사자가 케타민을 투약한다는 제보를 경찰이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주거지에서 다량의 마약류 의심 액체가 발견됐고, A씨의 SNS 대화내역 등을 추적해 공범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압수물은 마취제 1,500ml, 액상 전자담배 432ml, 전자담배 카트리지 513개, 현금 2억 4,800만 원에 달한다.

 

경찰은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프로폭세이트를 마약류로 지정하기 위해 지난달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고,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이를 임시마약류로 지정 예고했다. 이어 전날에는 에토미데이트 등 일부 마취제를 마약류로 지정하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임예준 기자 cotn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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