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 범죄가 SNS와 익명 메신저를 이용한 비대면 거래 방식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지 않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이 일상화되면서 마약 유통 구조도 점점 조직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대면 유통이 일반화되고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까지 고도화되면서 수사당국의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 <더시사법률>이 리걸테크 플랫폼 ‘엘박스’를 통해 최근 마약 유통 관련 판결문 10건을 분석한 결과 마약 은닉 장소는 일정한 유형이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기반 마약 거래는 메신저를 통한 비대면 연락과 좌표 전달 방식이 결합된 구조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판매자가 마약을 특정 장소에 숨긴 뒤 사진과 위치 정보를 전달하면 구매자가 이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판결문 분석 결과 주거지나 공공시설 구조물이 은닉 장소로 이용된 사례가 가장 많았다.
아파트 소화전이나 전기·수도 계량함 등 건물 설비 공간이 3건, 지하철역 무인보관함이 1건으로 총 4건이 확인됐다.
주택가 주변 구조물을 이용한 은닉도 3건으로 나타났다. 전봇대 주변이나 담벼락 구조물 내부가 2건, 공원이나 주택가 화단이 1건이었다.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공간이지만 구조물 내부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건물 외부 시설을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건물 우편함이 1건, 배관이나 외부 구조물 내부가 2건이었다. 일상적인 생활 공간에 존재하는 시설물이 범행에 이용되면서 시민들이 인식하지 못한 사이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금 결제 방식은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판결문 10건 가운데 7건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전자지갑으로 송금한 뒤 판매자가 마약 위치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 확인됐다.
실제 재판에서도 이러한 유통 구조가 확인된다.
2025년 수원지방법원은 텔레그램을 이용해 마약을 유통한 조직의 국내 전달책 역할을 한 피고인에게 징역 6년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외에 거점을 둔 판매상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판매하면서 국내 전달책인 이른바 ‘드라퍼’를 고용해 마약을 숨겨 두고 위치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했다.
피고인은 LSD와 대마, MDMA 등을 일정 장소에 은닉한 뒤 사진과 주소를 텔레그램으로 전송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금은 가상자산으로 지급됐다. 피고인은 범행 대가로 비트코인을 전자지갑으로 받았고 약 3300만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이러한 역할이 마약 판매 구조에서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행한 던지기 방식의 전달 역할은 해당 구조가 없다면 마약 판매 범행이 실현될 수 없는 핵심적 기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단순 방조가 아니라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했다.
이처럼 메신저 기반 거래와 좌표 전달 방식, 가상자산 결제가 결합하면서 마약 유통 구조는 점점 조직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대학가 원룸 주변이나 공공시설 구조물 등 은닉이 쉬운 장소에 마약을 미리 숨겨 두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며 “대금을 받은 뒤 일정 시간이 지나 위치 좌표를 전달하는 거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을 일정 기간 숨겨 둔 뒤 CCTV 녹화 기간이 지난 시점에 거래가 이뤄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수법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