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만으로 투표권 제한은 부당"…수형자 10인, 헌법소원 청구

  • 등록 2025.09.02 1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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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실형은 선거권 박탈
재사회화 막는 불합리한 제도

 

징역 1년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의 선거권을 형 집행 종료 전까지 제한하는 현행 제도가 민주주의 원칙과 국제 인권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범죄 유형이나 선거와의 관련성을 고려하지 않고 형량만을 기준으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식은 사실상 정치적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공직선거법 체계에서는 징역 1년 이상의 형이 확정된 수형자는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반면 1년 미만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나 미결수, 집행유예자는 투표가 가능하다.

 

이 규정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수형자 10명은 최근 공익인권변론센터와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구인들은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가 보통선거 원칙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단지 형량을 기준으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식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집행유예자의 선거권 제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2014년 집행유예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도 수형자 관련 조항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입법 개선을 요구했다.

 

헌재는 “보통선거의 원칙은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선거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 역시 범죄의 성격과 선거와의 관련성을 고려해 엄격한 비례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2015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은 회복됐지만 징역 1년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와 가석방자의 선거권 제한은 그대로 유지됐다.

 

헌재 역시 범죄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이 공동체의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 인권기구의 판단은 국내 제도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올해 3월 한국의 공직선거법 조항이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5조가 보장하는 보통선거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국이 해당 규약의 선택의정서 가입국이라는 점에서 국제 기준과의 충돌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해외 제도와 비교하면 한국의 규정은 상대적으로 강한 제한에 속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OECD 국가 가운데 상당수는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인정하거나 제한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국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43개국 가운데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자동으로 박탈하는 국가는 7개국에 불과하다. 반면 19개국은 수형자에게 투표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오스트리아·프랑스·독일·그리스 등 16개국은 범죄 유형이나 형기 등을 고려해 일부만 제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 외 지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캐나다는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미국은 주별로 제도가 다르지만 일부 주에서는 복역 중인 경우에만 투표권을 제한하고 형기를 마치면 즉시 선거권이 회복된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는 구금 상태에 있더라도 시민의 기본적인 정치 권리를 가능한 한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이 교정 정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투표권이 없는 집단은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기 쉽기 때문에 교정 정책이 정치 의제에서 우선순위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현 희망법 변호사는 “1년 미만 실형자와 1년 이상 실형자 사이에 선거권 차별을 둘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선거 참여는 오히려 수형자의 사회적 연결을 강화해 재범 방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현재 선거권을 보장받는 수형자는 약 13% 수준에 불과하다”며 “헌재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통선거 원칙을 보다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박유호씨는 “지난해 내란 사태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권력기관의 모습을 국민 모두가 봤다”며 “헌재가 과거와 다른 결정을 내려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소망 기자 somang@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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