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마지막 비서실장’ 故 김계원...재심 결정

  • 등록 2025.09.03 08: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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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사건 현장 목격…내란·살인 혐의
유족 “민간인 신분 불법 군 재판·고문"

 

서울고등법원이 이른바 ‘10·26 사건’과 관련해 고(故)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건의 재심을 열기로 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김성수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김 전 실장이 과거 내란목적 살인과 내란 중요임무종사 미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김 전 실장은 육군참모총장과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뒤 대통령비서실장을 맡았던 인물로, 1979년 10월 26일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발생한 ‘10·26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다.

 

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다. 사건 이후 김 전 실장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도운 혐의로 기소돼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재판 결과 처음에는 사형이 선고됐지만 이후 감형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그는 1982년 형집행정지로 풀려났고, 1988년 사면과 함께 복권됐다. 이후 2016년 9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2017년 유족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유족 측은 “민간인이었던 김 전 실장이 군 수사기관에 의해 조사와 재판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수사와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재심 개시 결정은 별도로 진행 중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건 재심과도 일정 부분 맞물려 있다. 김재규 전 부장의 유족 역시 2020년 5월 재심을 신청하며 “10·26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심 개시 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하는 재심 공판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형사소송법 제438조는 재심 개시 결정이 확정된 경우 법원이 그 심급에 따라 사건을 다시 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 확정판결의 적법성만을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라 공소사실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심리하는 절차라는 의미다. 특히 피고인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도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형사소송법 제438조는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재심 판결 전에 사망했거나 사망자를 위해 재심이 청구된 경우에는 통상 적용되는 ‘피고인 사망에 따른 공소기각’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할 수 없더라도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에서 재심 공판을 진행할 수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종전 확정판결의 효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기존 확정판결은 효력을 잃게 된다. 또 법원은 무죄 판결 요지를 공시하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며, 유족 등 상속인이 형사보상 절차를 통해 국가에 보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재심 개시 결정이 과거 군사정권 시기 군사재판 절차의 적법성과 10·26 사건 관련 인물들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다시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재심 공판 과정에서 당시 수사와 재판 절차의 위법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지우 기자 wldn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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