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를 임의로 파헤치거나 유골을 훼손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토지 소유자라 하더라도 적법한 절차 없이 분묘를 발굴하거나 유골을 처리하면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청주지방법원 형사4단독(강현호 부장판사)는 분묘발굴유골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66)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수사 결과 A씨는 2023년 4월 9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 있는 자신의 토지에서 종중 선조들의 분묘를 한 곳으로 모아 석관묘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분묘관리인의 동의 없이 무덤 1기를 발굴했다.
A씨는 장묘업자 B씨에게 포클레인을 이용해 봉분을 파헤치도록 지시한 뒤 유골을 꺼내 청주시 청원구의 한 비닐하우스로 옮겼고, 이후 LPG 가스통에 연결된 가스토치를 이용해 유골을 태워 분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분묘는 1993년 사망한 망인의 무덤이었다. 유족 측은 종중 관계자를 통해 분묘 이장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지만 A씨는 별도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발굴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시를 받고 범행에 가담한 장묘업자 B씨(72)는 같은 장소에서 시신 15구를 화장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종중 선조들의 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원은 분묘관리인의 동의 없이 유골을 발굴하고 임의로 화장한 행위 자체가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종중 선조들의 분묘 일부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망인의 분묘관리인의 동의 없이 포클레인으로 유골을 발굴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유골을 분쇄해 손괴한 것으로 범행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망인의 유족은 분묘 이장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음에도 피고인은 명확한 동의를 얻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묘 발굴을 강행했다”며 “이 사건 범행으로 유족들의 망인에 대한 인륜적 감정이 크게 훼손됐고 상당한 정신적 고통과 충격을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적법한 화장시설이 아닌 비닐하우스에서 임의로 화장하는 방법으로 유골을 손괴했으며 반환된 골분이 온전한 망인의 유골인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점, 골분을 반환한 점,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이번 사건은 형법상 분묘발굴 및 유골손괴죄가 적용된 사례다. 형법 제160조는 분묘를 발굴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형법 제161조는 시체나 유골을 손괴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분묘를 발굴한 뒤 유골을 훼손한 경우에는 같은 조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으로 가중 처벌된다.
법조계에서는 분묘 관련 범죄는 단순한 토지 이용이나 재산권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분묘발굴죄는 사자에 대한 사회적 종교 감정과 분묘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로 토지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분묘를 임의로 발굴하거나 유골을 처리할 권한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토지에 분묘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처리하려면 법이 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는 분묘를 개장하려면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원칙적으로 일정 기간 연고자에게 통지하거나 공고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분묘를 임의로 파묘하거나 유골을 훼손할 경우 형사처벌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분묘 훼손 사건에서 법원이 유족의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위자료 지급을 인정한 판결도 적지 않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토지 소유자라 하더라도 분묘를 임의로 파헤치거나 유골을 처리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분묘 이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장사법에 따른 개장 허가와 통지 절차를 거쳐야 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